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라클 Jul 11. 2023

길을 걷는다

소확행

오늘도 어김없이 길을 걷는다.

이모님들의 하루 일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다.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줄을 지어서 동네 길을 걷고 있다. 

기관 내에 있는 마당에서 걷다가 동네 길을 걷기로 했다. 

사회로 조금씩 한 발짝 다가서고 있는 우리는 용기 있게 나아간다.

초반에는 다들 30분도 걷기 힘들어했다. 

지금은 말을 하지 않아도 "언제 걸어요?" 하고 질문을 한다. 

산책길에는 초반에 언덕이 있다. 그 언덕길에 다들 숨을 헐떡이면서 포기하고 싶다고 하기도 한다. 

내리막길에 무섭다고 하는 이도 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이 낭떠러지 길을 걷는 것처럼 무섭게 느껴진다고 한다. 

말이 없던 그녀는 "무서워 손잡아 줘"라고 작은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우리는 작은 역경에 서로 힘이 되어 주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중이다.

평소에는 말도 없고 관심도 없다가 언젠가부터는 손을 잡아주기도 하고 이끌어 주고 있다.

걷는 모습은 각자 제각각이다. 

몸이 옆으로 기울어서 걷는 사람, 몸을 앞으로 숙이고 걷는 사람, 신발을 끌면서 걷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난 조용히 어깨를 펴고 앞을 보고 힘차게 걷자고 말을 건넨다.

길을 걷다 보면 선물을 맛보게 된다. 

숲내음이 느껴지고 길 옆으로 장미꽃이 피어 있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과 나무는 이모님들의 눈을 뜨게 한다. 

평소에 관심이 없던 그녀들은 길을 걸으면서 계절의 변화에 작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요즘에는 걷다가 커피숍에서 차 한 잔씩 마시고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좋아하는 커피나 음료수를 마시면서 이 맛에 길을 걷는다고 한다.

행복은 일상에서 작은 기쁨들이 모여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을 길을 걸으면서 느낀다.

걷다 보면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에도 감사하다. 

이모님들은 길을 걷고 돌아와서는 다리를 뻗고 편안하게 누워있다.

길이 있기에 우리는 행복과 건강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우리는 오늘도 길을 걷는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리즈시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