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by 솜)
추석 연휴가 너무 좋다.
6일을 쉴 수 있다니.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5월부터 피곤하고 힘들 때 추석 연휴가 있잖아, 힘내!
6월에도 가끔 생각했다. 주일 다음 날에도 출근하지 않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추석 연휴에 제대로 알 수 있겠지.
7월과 8월도 한땀두땀 지나가고 9월이 시작되자 추석이 코앞에 성큼 다가왔다.
가을 가을 말만 들어도 좋아, 가을은 정녕축복 받은 계절이야
추석 연휴 6일 획득, 이보다 더 풍성한 수확이 어디 있을까?
이번 추석 연휴엔 내 맘대로 해야지
일단 수요일 저녁에 늦게 잘 거야 야식도 먹으려구. 라면에 계란 탁, 파 송송
목요일엔 늘어지게 자야지. 실컷 자고 일어나서 밥이고 뭐고 내팽개치고
나가는 거야. 솜(딸)이랑 롯데몰에 찜해둔 브런치 가게로 오픈런 할거야
만석이라도 상관없어 우리에겐 플랜B가 있거든
그리고 영화를 보는 거지. 1947보스톤! 마라톤 선수의 컨셉이니 만큼
임시완의 앳된 모습은 보기 힘들겠지, 하지만 그의 연기 변신은 기대 이상일지도 몰라
그 다음은 쇼핑을 할 거야
목요일 다음날도 출근 할 필요가 없어.또 늘어지게 자는 거지
추석이지만 우리 가족은 전통적인 의미의 명절은 졸업했어
양가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안 계시니까
추석이지만 탕국 대신 이번에는 미역국을 끓일 거야
내 생일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고기도 구워 줄 거야
고기랑 김치랑 미역국을 줘도 뭐라 할 사람은 없겠지
추석 상이 왜 이러냐 하면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몰라?
톡 쏘아 붙이면 돼.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면 섭섭하니까 냉동실에 넣어둔
송편을 먹지 뭐. 떡 얼린 건 뭐니 뭐니 해도 보온 상태의 밥솥에서 녹이는 게 최고지
밥솥에 넣고 45분이 지난 뒤에 꺼내 먹을 거야. 커피 한잔 과 함께
토요일엔 드디어 명절 음식을 한 두 가지 할 거야
남들은 명절의 기름진 음식에 속이 니글거려서 된장찌개가 생각날 때
비로소 기름진 음식을 시작하는 거지
우리 집 명절 시그니처 동그랑땡과 튀김을 할 거야, 오징어, 새우, 연근은 기본이지
바사삭 생각만 해도 침 넘어 가는 엄마표(내가 엄마니까 내손표인가)튀김을 초간장에 살짝 찍어
잡숴주고 입가심으로 귤을 까먹어야지
주일에 예배 후에 친구 집사님들을 만날 거야
제자 훈련 방학이니까 예배 후 만남이 가능하거든
이야기가 엄청나게 쌓여 있어.그래도 내 이야기 먼저 하려고 나대지는 말아야지
주일 다음날, 월요일인데도 출근을 안 해도 돼!
생각만 해도 마구 신이 나
하지만 월요일엔 뭐하지 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어
사실 이번 연휴에 꼭 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거든
청소 청소 청소야. 지난 5월부터 브런치 연재에 꽂혀서 쉼 없이 달리느라고
집안 꼴이 말이 아니거든
나니까 이러고도 사는 거지. 깔끔이들이 우리 집을 보면 뒤로 자빠질걸
월요일엔 꼭
청소도 하고 이불도 빨고 수건과 속옷도 죄다 푹푹 삶아 줄 거야
화요일 딸랑 하루 남았네. 뭘 해야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음, 인생 뭐 있나. 늘 하던 대로 음식 만들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책 읽고 영화 보고 글 쓰고...
무한 반복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는 거지, 터벅터벅 아니고, 사뿐사뿐, 콧노래도 부를 거야.
연휴 전날 출근길에 주섬 주섬 메모한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