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Saint)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영화입니다.
올리브가 다니는 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어줍니다.
내 주변의 성인을 조사하는 것이죠.(과제의 내용이 너무 좋습니다. 이런 공부가 진짜 공부가 아닐까 합니다)
선생님은 조사에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조사한 성인 본인은 물론, 아이들의 가족들과 친구, 친지를 모셔 놓고 과제 발표회를 엽니다. 거기서 좋은 성인으로 지정된 사람에게 메달도 수여하지요.
발표회 날 올리브의 차례가 되었을 때 올리브는 옆집에 사는 빈센트 할아버지(빌머레이)를 성인으로 소개합니다. 올리브가 빈센트를 성인으로 뽑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인의 낱말 뜻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지혜와 덕이 매우 뛰어나 길이 우러러 본받을 만한 사람(네이버 사전) 입니다.
그런데 올리브가 성인으로 소개하는 빈센트는 우리가 생각하는 성인의 이미지와 사뭇 다릅니다.
올리브의 연설이 시작됩니다.
겉으로 보기엔 저의 성인은
심한 자격 미달로 보일 수도 있어요.
늘 불만이 많아요.
사람들을 싫어하고 사람들도 마찬가지죠.
까칠하고 세상을 증오하고
그리고 후회도 많구요.
근데 이건 얼핏 봤을 때 얘기고
좀 더 자세히 보면
그 뒤에 다른 사람이 있어요.
빈센트는 혼자 있는 올리브를 돌봐 줍니다. 친구처럼 데리고 다니며 세상 살이를 가르쳐 주기도 하지요.
베트남에서 복무할 때는 위험에 처한 장교 두 명의 목숨을 구해 주었습니다.
용감함을 인정받아 훈장도 받았습니다.
그는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부인 샌디가 최근에 죽을 때까지 8년 간 매주 부인의 빨래를 해 주었습니다.
빈센트는 현재 스트리퍼로서 임신을 한 까닭에 해고를 당하고 오갈 데 없는 다카를 돌봐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은 정어리를 먹으면서 고양이에게 고급 사료를 주는 사람이지요.
사실, 자신이 맡은 생명을 끝까지 책임을 지기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람은 빈센트 혼자가 아닙니다.
올리브의 어머니, 매기(멜리사 맥카시), 바의 스트리퍼, 다카(나오미왓츠)가 이들입니다.
올리브의 엄마, 매기는 사실은 올리브의 친 엄마가 아닙니다. 입양한 아들이지요. 하지만 매기는 올리브와 함께 살기 위해 이혼까지 당했지만 올리브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카를 볼까요? 다카는 바에서 일하는 스트리퍼입니다. 스트리퍼가 임신을 하는 것은 해고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고도(실제로 해고 됨) 다카는 뱃속의 아이를 끝까지 지킵니다.
올리브의 연설이 이어집니다.
(중략)
할아버지는
저한테 싸우는 법을 가르쳐줬고
뜻을 굽히지 말고 용감하라고
크게 말하고 담대하라고 가르쳤죠.
성인들도 뜻을 이루려면
자신과 남들을 위해 싸워야 하니까요.
연설이 끝나자, 빈센트의 얼굴이 환해집니다. 상처로 인해 불만과 불평으로 살 수 밖에 없었던 빈센트가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게 되자,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던 멋진 빈센트로 돌아오지요.
빈센트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무시 받고 소외 당하던 매기와 다카, 올리브와 올리브의 말썽쟁이 친구의 얼굴에서도 빛이 납니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정받은 후,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차오를 때의 모습이지요.
올리브의 연설은 영화 밖, 빈센트, 매기, 다카, 올리브, 올리브의 친구들을 덩달아 으쓱하게 만듭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성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잠시 내려놓으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라고 하지요. 가까운 곳에 성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열심히 밥하고 일하고 글도 쓰고, 가끔 누구에게 밥 한 끼 대접한 당신도 어쩌면? 할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