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안면 장애로 인해 세상에서 소외되고 위축될 수 있는 아이를 훌륭하게 키워내는 이야기입니다.
어기(어거스트 풀먼)는 다른 아이들과 같이 평범한 아이지만 단 한 가지 생김새가 평범하지 않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습니다.
27번이나 수술을 했습니다.그 덕에 숨도 쉬고 보고 듣고 얼굴도 조금 볼만하게 되었지요
어기는 10살이고 5학년입니다.
엄마(줄리아 로버츠)는 홈스쿨링을 해 온 어기를 중학교에 보내려고 합니다
어기, 올해가 학교 들어가기 제일 좋은 해야
다같이 신입생이니까
학교 앞에서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은 교장 선생님입니다.
너가 어기구나 반갑다, 난 투쉬맨이란다.
이름이 웃기면 웃어도 돼, 자주 듣거든.
투탕카멘 뚜쉬맨 뚱돼지
투실투실 선생님
교장 선생님은 불안한 어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 같습니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자 아이들이 어기를 쳐다봅니다. 어기를 슬슬 피해 가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어기는 엄마가 늘 하던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지금 있는 곳이 싫으면
있고 싶은 곳을 떠올리렴
어기는
우주인이 된 자기를 사람들이 박수 치고 환호하는 장면을 상상합니다
어기의 담임은 브라운선생님 입니다.선생님은 격언으로 수업을 시작합니다.
선생님이 첫 수업 시간에 가르쳐준 격언은
옳음과 친절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땐
친절함을 선택하라 입니다.
옳은 말, 정답만 들이대는 사람은 정말 매력이 없지요. 친절하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공감해주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등교 첫날, 어른들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시련이 찾아 옵니다. 피구 시간에 아이들이 어기를 향해 집중적으로 공을 던집니다. 어기는 날아오는 공을 어쩔 수 없이 얻어맞아야 했지요.
"학교 첫날 어땠어?" 하고 묻는 엄마에게 어기가 묻습니다.
-왜 난 이렇게 못생겼어?
-넌 못 생기지 않았어,
-엄마는 엄마니까 그러는 거잖아.
-엄마 생각이니까 제일 중요한 거야, 널 제일 잘 아니까.
넌 못생기지 않았어.
엄마가 단호하게 말합니다. 엄마보다 자녀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의 아이들도 내 말을 중요하게 생각해 주면 좋겠습니다. 뭐라구? 엄마가 먼저 저희 말을 잘 들어 주셔야죠. 멀리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어기의 누나는 올리비아 입니다. 비아라고 부르지요.
비아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열심히 공부합니다.
하지만 비아의 솔직한 마음은 이렇습니다.
어거스트는 태양이다.
엄마와 아빠와 나는 태양을 도는 행성이지만
난 동생을 사랑하고 이 우주에 익숙하다.
부모님은 내가 이해심이 많다고 하지만 그건 모르겠다.
가족의 문제를 하나 더 만들기 싫었을 뿐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엄마가 그 멋진 눈빛으로
한 번만 날 봐 주는 것이다.
비아도 어기처럼 부모님의 관심을 받고 싶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뭐든 혼자 힘으로 척척 하는 큰 아이를 마치 다 큰 아이처럼 대했습니다.
큰 아이도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라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지요. 지금 생각해도 많이 미안합니다.
어기는 아이들의 시선이나 자기를 대놓고 놀리는 줄리안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과학 수업 만큼은 살 맛이 납니다. 어기는 과학 선생님의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하지요. 어기의 존재감이 빛납니다.
과학 쪽지 시험을 볼 때입니다. 시험지를 받고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잭에게 어기가 선생님 몰래 답을 보여줍니다.
아깐 고마웠어,
다 맞으면 선생님이 의심할 것 같아 몇 문제는 일부러 엉터리로 썼어.
아이들은시험성적과 상관없이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합니다.
점심시간에 혼자 식사를 하는 어기에게 잭이 다가 옵니다.
-누구 앞에서 먹는 거 안 좋아해
원시시대 거북이처럼 씹는 거 같아서.
-나도야
잭은 어기 앞에서 접시 위에 샌드위치를 더럽게 먹습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를 사귀게 된 어기의 기분은 붕붕 날아 오르는 것 같지요.
잭을 집으로 초대한 날 엄마는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속으로 울지 말자고 자신을 몰래 달래야 했지요.
어기가 가장 좋아 하는 휴일을 맞춰보세요. 크리스마스?땡
정답은 핼러윈입니다. 핼러윈은 어기에겐 얼굴을 감추고 고개를 들고 걸을 수 있는 세계 최고의 휴일입니다.
핼러윈에 어기는 스크림 가면을 씁니다.
친구들에게 평소와는 다르게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다가갑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어기가 오는 줄고 모르고 어기의 뒷 담화를 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어기는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던 잭이 하는 말을 듣고 말아요.
내가 걔처럼 생겼다면 자살하겠다.
어기는 충격을 받습니다. 어기가 최고로 좋아 하는 날, 최고로 좋아하는 친구한테 그런 말을 들었으니까요. 충격으로 학교에서 토하기까지 하지요. 어기는 집에 와서도 자기 방에 틀어 박혀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어기는 잭에게 냉랭하게 대하고 잭은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해 하지요.
어기의 친구인 썸머가 스크림 가면, 하고 힌트를 주자 잭은 자기의 잘못을 알아차립니다.
과학 경진대회에서 잭은 어기와 짝꿍이 됩니다.
괴물이랑 짝이 된거야? 라는 줄리안을 잭이 주먹으로 한 방 먹이게 되면서 둘이서 치고 받고 싸우게 되지요.
잭이 교장 선생님께 사과 편지를 쓰자 교장 선생님이 답장을 합니다.
모든 사연엔 양쪽 입장이 있다, 때리는 건 용납할 수 없지만
좋은 친구는 지킬 가치가 있지,
이틀 근신 마치면 장학금은 계속 나올 거다.
열심히 공부하고 앞으로도 착한 아이로 지내 주길 바란다.
투쉬맨 선생님이.
교장 선생님은 어기를 놀리는 줄리안을 혼내준 잭을 오히려 잘했다고 하는 것 같아요.
이 일로 잭과 어기는 다시 예전처럼 친하게 됩니다.
어기의 누나 비아의 연극 공연으로 화제를 바꿔보겠습니다.
-누나, 우리 연극 보러 가도 돼?
-따분할 거야.
-친구들에게 괴물 동생 보여주기 싫어서 그런 거지?
-그런 거 아니야, 세상 모든 일이 너랑 관련된 건 아니야.
어기에게도 때로는 돌직구가 필요합니다.
주제와는 다소 먼 감이 있지만, 연극이야기 나온 김에 좀 더 해 보겠습니다. 비아가 공연한 연극은
손턴 와일더의 '우리 읍내'입니다.
비아가 맡은 에밀리, 에밀리가 죽으면서 하는 대사가 어디서 들어본 것처럼 익숙하지요, 2018년 방영된 '마더'라는 드라마에서 엄마 역의 이혜영씨가 병으로 죽으면서 했던 말입니다.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안녕 세상이여, 안녕 우리 읍내도 잘 있어. 엄마 아빠 안녕히 계세요. 째깍거리는 시계도 해바라기도 잘 있어.맛있는 음식도 커피도 새 옷도 따뜻한 목욕탕도 잠자고 깨는 것도, 너무나 아름다운 그 진가를 몰랐던 세상이여 안녕.
어기에게 썸머와,잭이 있지만
그럼에도 줄리안이 어기를 끈질기게 괴롭힙니다.
줄리안 부모가 학교에 불려옵니다.
교장 선생님은
줄리안이 어기가 친구들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에 쓴 글을 보여줍니다.
'모두를 위해 죽어줄래,
괴물은 꺼져' 같은 글이 적혀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학내 괴롭힘에 대해 특별히 엄격하게 대처합니다.
줄리안의 엄마는 기부금과 영향력 있는 지인들을 들먹이며 교장 선생님을 은근히 협박하지만 교장 선생님은 단호합니다.
어기의 외모는 바꿀 수 없어요.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
대책 없는 부모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어기의 졸업식입니다.
엄마가 어기에게 말합니다.
넌 정말 기적 같은 아이야.
기적 그 자체야. (you are a wonder )
마지막 순서는 교장 선생님의 메달 수여식입니다. 모범이 된 학생에게 상을 주는 것이지요.
교장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선행이라는 것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거더군요.
올 한 해, 내면의 강인함으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 학생이 있습니다.
어거스트 풀먼,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큰 상 받는 어기의 감상이 이어집니다.
강단으로 걸어갈 땐 떠 있는 기분이었고
가슴이 빨리 뛰었다.
왜 내가 받는지 이해가 안 됐다.
남들처럼 5학년을 마친 것 뿐인데
어쩌면 그게 중요한 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실 난 평범한 애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의 생각을 안다면 깨닫게 될 거다.
평범한 사람은 없다는 걸
우린 평생에 한 번은 박수 받을 자격이 있다.
마지막으로 어기는
브라운 선생님이 말해 준 격언을 덧붙입니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두에게 친절해라.
이 영화도 소설 원작(아름다운 아이)이 있습니다.
영화에는 주옥 같은 대사가 한가득입니다. 어른들이 자신의 감정에 치우쳐서 함부로 말하는 법이 없습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아이가 스스로 견디고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지지하지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것이 서툰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에게 본으로 손색이 없지요. 이번 영화 감상문에서 특별히 대사를 많이 인용한 이유입니다.
외모에 치우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영화 속 이야기가 더 이상 특별한 일(원더)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