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여자를 만났다고?

by 분홍소금




시어머니께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야야, 이게 무슨 일이고?"

"무슨 일이 뭡니꺼?"

"아바이가 여자를 데꼬 왔다. 니랑은 이혼하고 그 여자랑 결혼할끼라 하데

내가 그 여자한테 남의 가정 깨지 마라고 싹싹 빌었다. 이 일을 우짜면 좋노?

지금 서울 간다카더라."

"한 달 전에 대전에 있는 IT기업에 취직했다고 대전으로 간다캤어예. 거기 기숙사에서 지내고 집에는 주말에 온다 캤는데예, 그럴리가 없어예, 너무 걱정마세요."


처음엔 놀랍지도 않았다. 그게 현실일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어머니께서 그런 거짓말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뭔가 단단히 잘못 되긴 했나 본 데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남편이 바람이 나다니, 누가 그런 남자를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 인물이 잘생기길 했나,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니고 성질도 더러운 데다가, 나야, 암 것도 모르고 결혼했다 치더라도 도대체 어떤 골빈 여자가 우리 남편 같은 인간과 눈이 맞았단 말인가.


시어머니와 통화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나는 시어머니의 말을 반신반의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이 아뜩해졌다. 이런 일을 당한 사람이 나라는 게 도무지 받아 들여지지가 않았다. 일단 본인의 말을 직접 들어봐야 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저녁 때가 다 되어 남편이 집에 왔다.


나는 어머니가 하신 말이 무슨 말씀이냐고 물었다. 남편은 어머니가 하신 말은 모두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야 자기가 운명의 여자를 만났다고 하면서 나는 용감하고 씩씩한 사람이니까 자기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지만 그 여자는 자기가 없으면 못사는 여자라고 했다.


기가 막혔다.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나 싶었다. 무조건 이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남편은 나의 격분에도 굴하지 않고 하던 말을 계속했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사람이 만든 제도이고 아무것도 아니니 제발 이혼해 달라고, 자기는 사람이 만든 제도인 결혼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 무슨 앞뒤가 맞지 않은 해괴한 소리란 말인가.

나는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사람이 만든 제도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람이 왜 이혼해 달라고 해, 이혼은 사람이 만든 것 아냐?"

아, 이 미친놈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나는 꼴도 보기 싫으니 나가라고 계속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나는 그날 뜻하지 않게 내 인생의 대 전환을 맞았다.

그 때, 큰 아이가 10살, 작은 아이가 7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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