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놀라다

침을 맞고 부황을 뜨다

by 분홍소금

오른손으로 압력밥솥을 들어서 옮기고 나서였다.

삐끗한 것도 아닌데 뭔가 살짝 잘못된 느낌이 들더니 어깨 밑 임파선 쪽이 아파기 시작했다.

담이 붙었나 하며 좀 지켜보자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심해졌다.

숨을 조금만 깊이 들이마셔도 아프고, 웃을 때도 고통스러웠다. 기침이라도 할라 치면 결려서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여간 아프지 않으면 병원엘 가지 않는데, 이번에는 저절로 낫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아서 단골 한의원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바깥에서는 노마스크 허용인데도 사람들이 죄다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나만 벗으면 눈에 띌 것 같아서 마스크를 시원하게 벗을 수가 없었다.


이팝나무 꽃이 봄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소복소복 하얀 쌀밥 같은 꽃이 여러 가지 상념을 불러일으켰다.

노란 은행잎이 떨어진 모습을 보며 어떤 시에서, 저 노란 것이 금화라면 얼마나 좋을까 했듯이,

배가 고픈 어떤 이는 저 꽃이 쌀밥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나무는 쌀밥이 아니고 꽃이라서 미안해. 하듯이 오늘처럼 하늘거렸겠지.

벚꽃처럼 급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초록색 이파리와 어울려 사이좋게 핀 꽃, 이토록 품격 있는 이팝나무 꽃이라니. 풍성하고도 우아하며, 초록과 흰색의 세련된 케미가 흘러넘친다.


한의원에 도착하니 다행히도 대기자가 없어서 바로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밥솥을 어깨 힘으로 들어야 하는데... 근육이 다쳤어요. 근육이 조금 다친 것을 근육이 놀랬다고 그러거든요. 그리고 숨을 쉴 때 아픈 거는 숨을 쉴 때 사용하는 근육이 그 옆에 있어서 그렇습니다. 운동을 해서 풀어야 되는 데 운동을 할 수 없으니까 자극을 주는 치료를 해야 해요. 며칠 치료받으면 좋아 질 거예요."


아하. 그렇구나. 여전한 방식으로 선생님께서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나는 담이 붙어서 결리는 줄 알았는데 근육이 놀란 거라고 했다.

부황을 떠서 피를 뽑고, 침을 맞았다. 물리치료도 했다. 40분 정도 치료를 하고 나오니까 그새 숨쉬기가 한결 나아졌다.


나는 근 골격계가 약한지 신경외과나 정형외과에 자주 가야했다. 어깨가 자주 아프고 허리도 아팠다. 거북목 때문에 고생도 했고 무릎도 툭하면 계단을 오르거나 할 때 쑤시기 일쑤였다.


병원에 가면 무조건 CT를 찍자고 했다. 약도 처방해 주고 주사를 맞았는데, 일주일 간격으로 세 번을 맞았다. 무슨 성분이냐고, 혹 스테이로이드 아니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라고 했다. 자동차에 비유해서 말하면 윤활유 성분 같은 것이라고 했다. 어떤 의사 선생님은 내 뼈의 나이가 내 실제 나이보다 십년이 더 늙었다고 했다.


돈도 많이 들고 스테로이드 성분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래도 주사를 자주 맞으면 안 좋을 것 같았다. 마침 지인이 한의원을 소개해 줘서 다니기 시작한 곳이 바로 이 한의원이다.


어깨가 아파서 처음 갔을 때 선생님은 평소에 스트레칭만 잘해도 좋아진다고 하셨다. 그리고 스트레칭 방법을 알려 주셨다. 방법이 놀랄 만큼 간단했다. 몸을 뒤로 젖히기만 하면 되었다. 시간 날 때마다 스트레칭을 하면 어깨 아픈 것이며 거북목이며 두통까지 좋아질 거라고 하셨다.


선생님 말씀이 진짜였다. 틈틈이 뒤로 젖히기만 했는데도 머리가 맑아지고 어깨가 한결 부드러워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다.

지금도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뒤로 재낀다.

보행 신호를 기다리면서도 재끼고 산책을 하며 쉴 때도 그렇게 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한번 재껴주고, 일하다가 몸이 찌부둥할 때도, 화장실이나 탕비실 같은데 가서 스트레칭을 해 주면 컨디션이 한결 좋아진다.


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인들에게 이 간단한 거를 왜 안하겠냐고 하면서 당장 해보라고 보챈다. 선생님 덕분에 일상생활의 사소한 습관이 건강하게도 하고 그렇지 않게도 한다는 것을 스트레칭을 하면서 또 한번 절실히 깨달았다.


여기저기 쑤시고 아플 때 달려갈 수 있는 가까운 한의원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감사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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