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철창으로 출근하다.
또다시 반복.
OO면 **리 행정복지센터를 지나
외진 시골길을 따라 한참 달리다 보면,
마침내 병원 정문이 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은 마치 군대 휴가 복귀에 마주한 위병소를 닮았다.
그래서일까. 마음 한켠이 무겁다.
무거워진 마음은 뒤로하고 정문 앞 차단기 앞에 잠시 정차한다.
차단기 위에 작은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다.
화면에 '국가 보안시설'이라는 안내가 문구가
마치 무언의 으름장을 놓는 것 같다.
'일반정신과 00나 0000'
등록된 차량 번호를 통해 간소한 신원 확인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첫 통과 의례를 거쳐 주차장 한편에 주차를 한다.
목적지까지 앞으로
거대한 철문 하나,
견고한 철창 셋.
무탈한 하루 시작을 위한 아침 미션은
이 관문들을 통과해야만 완수할 수 있다.
여기부터 각 관문의 출입에는 지문 확인이 필요하다.
이때, 경건한 마음가짐이 필수인데,
급한 마음에 센서에서 손가락을 일찍 떼거나
지문 위치를 잘못 지정하는 경우
번거롭게 2~3 차례 재인증을 해야만 한다.
바쁜 아침 출근 시간
등 뒤로 차례를 기다리는 다른 직원들이 서 있다.
어떻게든 이들의 눈총을 피하려면,
주어진 한 번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
"인증되었습니다."
반가운 전자음성이 출입을 허락한다.
별 것 아닌 일이지만,
왠지 모르게 오늘은 하루가 잘 풀릴 것만 같다.
그렇게 막힘 없이 모든 관문을 무탈하게 통과했고,
늦지 않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먼저 출근한 동료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잠시 한숨 고르며 컴퓨터를 켠다.
그렇게 콧노래를 부르며 설레는 마음으로 스케줄을 확인하는 순간,
"이런."
그새 또 다른 업무가 배정되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끝이 보이는 것 같았는데.'
실망스러운 마음을 추스르며 수화기를 든다.
어쨌건 일단 진행하던 일은 끝마쳐야 하기에.
"안녕하세요. 임상심리실 입니다. OOO 환자 심리검사 의뢰 되셨는데, 지금 면담 가능하실까요?"
범죄와 정신질환이 교차하는 국립 병원.
월급쟁이 임상심리사의 일과는
오늘도 이렇게 여러 겹 마음과 철창을 넘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