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너의 이름은..?

by 이상한힐러




"자기 이름을 소중히 해. 이름을 빼앗기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없게 돼."




지브리 스튜디오의 대표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치히로는

우연히 마법 세계에 발을 들이고,

그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이름을 넘겨주고 ‘센’이 된다.


그저 판타지 이야기 같지만,

실제 현실도 다르지 않다.


우리 역시 생존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지 않나.


좋은 학교,

안정된 직장,

남들에게 인정받는 길.


매번 눈앞의 시급한 과제에 몰두하다 보면,

정작 '나는 누구인가?' 물을 기회는 없다.


그래서일까.

미뤄둔 질문은

평소보다 내가 약해졌을 때

불쑥 튀어나온다.


“나는 왜 이 일을 시작했지?”


너무 오랫동안 미뤄둔 탓에,

삶에 어떤 계기를 맞고 나서야 비로소

방치해 둔 자신을 마주한다.





"자기 이름을 소중히 해."





치히로는 하쿠의 말에 힌트를 얻는다.
그리고 조금씩,

자기 다운 선택을 시작한다.


강물신의 진흙을 씻어내 준 것도,
가오나시의 호의를 단호히 거절한 것도,

하쿠를 위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제니바를 찾아가 사과한 것도—.


모두 '치히로' 다운 것이었다.
남이 정해놓은 정답대신,

'자기 다운' 선택.


더 이상 ‘센’이 아닌,

‘치히로'의 정체성을 되찾는 과정이었다.



/



다른 이의 기대에만 맞춰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무방비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무채색의 자신을 발견한다.


그 모습이 볼품없고,

무기력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를 탓하지 않길 바란다.


그건 단지,

잊고 지내던 당신의 이름

되찾을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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