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주의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요?
유튜브를 보다 문득 눈길이 멈췄다.
법륜 스님에게 질문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지금 호주에 거주하며,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한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안정된 직장을 얻고,
결혼하고 자녀도 낳고…
그런데 요즘 들어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한다.
“결국 죽으면 끝인데,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아야 하죠?”
그녀는 인생의 단계를 빠짐없이 이뤄냈으나,
공허하고 허무한 감정에 잠식되고 있는 듯했다.
잠시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던
법륜 스님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허무주의에 빠졌군요.
이 상태라면 곧 자살의 길에 오르게 될 겁니다.
정신과 치료를 먼저 받아보세요.
다소 퉁명스럽게까지 느껴질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대화가 계속될수록,
어떤 단호한 애정이 담겨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고통을 가볍게 위로하지도,
외면하지 않고 정확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님이 덧붙였다.
“모든 게 부질없습니다. 저도 그렇게 느낍니다.
그래서 집착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동일한 '무의미'이지만,
누군가는 그 무게에 잠식되어 버리고,
누군가는 그 무게를 끌어안고 살아간다.
허무주의는 결국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에서 갈리는 것이었다.
/
영상 속 그녀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어디까지 가야 멈출 수 있을까?”
“나는 언제쯤 한숨 돌릴 수 있을까?”
우리 모두 그런 순간을 겪는다.
성취를 이뤘음에도 공허하고,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지만
허전한 상태.
그것이 곧 ‘허무주의’라면,
생각보다 우리에게 일상적인 감정일 수 있다.
법륜 스님은 그녀에게 수행의 필요성을 말하지 않았다.
깨달음을 강조하지도 않았다.
그보다 현재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치료와 돌봄이라는 사실을 담담히 전달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치료를 받아보겠다고 말했다.
그 날 만큼은 자신에게
'멈춰도 괜찮다.'는 허락을 내린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