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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한 편씩 글을 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글 쓰는 수요일의 시작

by 삶을짓다

글 쓰는 수요일을 시작한다. 일주일에 단 하루, 수요일은 아이의 뛰논 수업이 있는 날이다. 유치원이 끝나고 90분간 아이는 선생님과 신나게 뛰어놀며 온몸으로 책을 읽고, 자신을 표현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내게도 아이가 수업하는 딱 그만큼의 시간이 덤으로 생긴다.


이 시간이 아이가 유치원에 있는 평소의 시간과 다른 이유는 집에서 보낼 수 없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차로 라이딩을 해야 하는 거리의 학원이라 아이가 수업을 하는 동안 나는 늘 같은 카페에서 아이를 기다린다. 혼자 있는, 집안일을 포함한 일상과도 멀어진 이 시간을 그냥 핸드폰이나 들여다보여 보내기에는 너무 아깝다. 무얼 해볼까 고민하다가 미루고 미뤘던 글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배민출신 마케터, 문구인 규림님은 자꾸 단문만 쓰게 되는 자신을 보며 한 문단 이상의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해 ’ 글 쓰는 목요일’ 모임을 만들었다고 했다. 모임을 만들어 의도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그렇게 꾸준히 몇 년 동안 목요일마다 글을 쓰니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글은 늘 쓰고 싶었다. 몇 번이나 시도도 해봤다. 그런데 늘 어디서부터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만 하다가 시간을 날려버렸고, 글쓰기에 대한 결심은 늘 급한 일들에 밀려 사라졌다. 이 시간에는 그런 고민 없이 나에 대한 글을 써보기로 했다. 너무 많은 걸 정해놓고 틀에 맞추려면 금방 그만둘지도 모르니까(그렇다. 나는 자주 포기하는 사람이다) 아주 기본이 되는 규칙을 세 개만 정했다.


1. 글 쓰는 수요일에는 무조건 한 문단 이상으로 된 글을 쓴다

2. 90분 안에 글을 완성한다.

3. 그 글은 SNS에 업로드한다.


이 글쓰기의 끝이 어디가 될지는 나도 모른다. 중요한 건 일단 ‘쓸 시간을 확보’했고, 그 시간에 내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시간을 반복하면 내게도 내 생각을 제대로 된 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매주 한 편씩 글을 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직은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해보지 않는다면 영원히 알 수 없을 테니까, 그걸 알기 위해서라도 해볼 생각이다.


일단은, 다음 주 수요일에도 이 자리에 앉아 글을 쓰기로 한다. 그렇게 한 편 한 편 글을 쌓다 보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선명한 나를 만날 수 있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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