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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실이라도 소용없어, 뭘 뜰지 정하지 않는다

내 삶도 그래. 어떤 할머니가 될지 그리는 것부터가 시작이야.

by 삶을짓다

뜨개는 내가 사랑하는 취미 중 하나다. 요즘엔 뜨개로 옷을 만드는 데 빠져 있다. 작년 이맘때쯤 시작한 뜨개 옷 만들기 프로젝트는 내 옷 3벌, 아이 옷 2벌, 남편 옷 1벌, 총 6벌을 만드는 동안에도 지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최근 옷을 뜨는 과정에서 방황하는 내 삶의 힌트를 찾았다. 뜨개는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면, 실이라는 선을 엮어 면으로 만드는 행위다. 아주 예쁜 실이 눈앞에 있다 한들, 그것이 어떤 결과물로 나타날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은 그 실로 예쁜 가디건을 만들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그 실로 작은 티코스터를 여러 개 만들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그 실에 다른 실을 더해서 모자나 가방을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 뜨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단 ‘무엇을 만들지’를 정하는 일이다. 그래야 이 실을 가지고 어떤 방법을 이용해 결과물로 갈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아무리 비싸고 아름다운 실이라도 실 그 자체로는 입을 수도, 소품으로 사용할 수도 없다.


무엇을 만들지 정했다면, 이제 그 완성작의 형태를 결정해야 한다. 옷을 뜨고 싶다면 스웨터, 가디건, 베스트 등의 종류 중 어떤 옷을 뜰 건지 정해야 한다. 일단 스웨터를 뜨기로 했다고 치자. 다음은 그 옷에 무늬를 넣을지 말지, 넣는다면 어떤 무늬를 넣을지를 정해야 한다. 그럼 일단 뜨개를 시작할 준비가 끝난다.


그렇게 고민을 끝냈다면, 내가 정한 그 니트를 완성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 나아가야 한다. 뜨개는 참 단순해서, 내가 시간을 들인 만큼 선이 면으로 변한다. 그러니까 내가 목표로 하는 완성작의 모습을 정해 두고, 그 모습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시간을 들여 뜨기만 한다면, 숙련도에 따라 완성작의 모습에 차이가 있을지라도 결국은 반드시 완성이 되기는 한다.


그럼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우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정하고, 내가 한 경험과 능력을 재료 삼아 그 방향으로 내 삶을 엮어 나가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그러면 뭐라도 되기는 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으니까.


자, 그럼 이제 내 삶을 어떤 모양으로 떠 나갈지 고민을 시작해 볼까?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것에서 출발해야지.

나는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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