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야!

2달 간의 러닝으로 알게된 것

by 삶을짓다

약 2달 전, 불볕더위를 지던 그 시기, 나는 깊고 깊은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매년 여름이면 반복되는, 너무 더운 날씨를 탓하며 무기력하게 늘어져 하루 종일 불만을 늘어놓는 내 모습이 싫었던 나는 7월 9일 한 가지 도전을 시작했다.


도전의 목표는 '나 스스로 나를 믿어보기' 내 경우 무기력은 나를 신뢰하지 못할 때 찾아왔다. 잠깐 컨디션이 좋을 때는 '나는 할 수 있어!'하다가 이내 '나 까짓 게 뭘 할 수 있겠어'를 반복했다. 그리고 몇 년간 관찰한 결과 그 무기력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 스스로 나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만날 50번이 넘는 여름과 겨울마다 날씨를 핑계로 무너지기를 반복할 텐데 봄과 가을에만 반짝 기분이 좋아지고 한 해의 절반 이상을 무기력하게 보낼 순 없었다.


그 도전 목표를 가시화 한 행동이 바로 100일간 매일 3KM 달리기. 100일 동안 매일 달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자만의 약속은 쉽게 무너질 테니 매일 릴스로도 기록하기로 했다.


러닝을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당시 자기 계 발러들 사이에서 러닝이 유행하고 있었고, 러닝이야말로 내가 가장 도전하지 않을 법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31도의 무더위 속에서 시작하는 일이니, 정말 해낸다면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대로 못 해도 “너무 더웠으니까”라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해 줄 것만 같은 핑계가 있었다. 그렇다. 사실은 처음부터 포기할 생각을 품고 시작한 도전이었다.


시작 전부터 걱정도 많았다. 비가 오면 어쩌지, 아프면 어쩌지… 실패할 상황을 가정하며 실패했을 때 대체할 콘텐츠를 5개쯤 준비하고 나서야 비로소 100일 러닝에 도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31도 불볕더위에 시작한 3km 러닝은 35도 극한의 기온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져 오늘로 64일째를 맞이했다. 전력을 다해 달린 건 아니었다. 지치는 날에는 걷기도 했고, 초반에는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3km를 겨우 채웠다. 그러다 25일째 되는 날, 처음으로 3km를 온전히 달려냈다. 바로 그날이었다. 내가 나를 믿을 수 있게 된 게. 매일 3K를 달린다고 했지만 제대로 달리지 못하다가 정말로 달리는 사람이 된 바로 그날 나는 나를 진심으로 믿기 시작했다.


매일 달린 기록을 릴스로 남기니 흥미로운 변화가 생겼다. 처음엔 러닝 계정으로 착각한 러너들이 팔로우를 해주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지만 내가 지향하는 방향은 러닝 인플루언서가 아니었다. 그 고민을 안고서 자기 계발하며 달리는 엄마로서 만들 수 있는 러닝 릴스를 쌓아나갔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자기 계발에 관심이 있는 엄마 팔로워들도 늘어났다. 나의 계정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겹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1일 1릴스를 하면서 콘텐츠의 가능성도 새로 알게 되었다. 단순히 러닝 모습만을 기록하기보다는 '러닝'이라는 주제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시도했다. 춤, vlog, 고민 상담, 속 이야기 털어놓기까지.. 이게 될까? 고민하기보다는 떠오르는 것들은 어지간하면 만들어 올렸다. 매일 올려야 하니 어떤 주제가 좋을지 주제를 고를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이 과정에서 힘 빼고 만든 릴스가 열심히 고민해서 만든 릴스보다 더 많은 반응을 얻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머리 터지게 고민해 만든 릴스보다 컨디션이 별로라 즉석에서 달리며 찍어 올린 영상의 조회 수가 높으면 허탈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매일매일 올리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에 반응하는지도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조회수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제는 내 이야기를 듣고 싶은, 그리고 지켜봐 주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안다. 릴스를 통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만날 수 있겠다는 짐작이 아닌 확신이 생겼다.


요즘 내 하루의 중심은 러닝과 1일 1릴스이다. 아침에는 3km 러닝, 오후에는 릴스 편집. 이 두 가지 축 덕분에 하루 루틴이 자연스럽게 잡혔다. 그간 그렇게 애써도 잡히지 않던 루틴이 이번엔 애쓰지 않아도 흘러가듯 정리되었다. 무기력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일상이, 루틴을 타고 성장하는 방향으로 굴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해봐야 안다

지난 두 달간의 러닝을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이다.

그전까지 나는 체력이 약하고 뒷심도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려보니 아니었다.

나는 매일 3km를 꾸준히 달릴 수 있는 사람이고, 두 달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러닝과 릴스를 해낸 사람이다.

머릿속 시뮬레이션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일들이 있다.

결국 직접 해봐야 안다. 일단 하다 보면 방법을 찾게 되고 내게 딱 맞는 방법을 모색하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생각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나다운 일들로 구성된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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