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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녁s토리 May 14. 2016

구름 낀 날의 일출이 더 아름답다.

정동진 여행기.

#여행 #일출 #정동진



2015. 11월 14일. 강릉여행


  처음 가는 홀로 여행을 의기양양하게 떠났지만, 나를 반겨주는 것은 잔뜩 낀 먹구름과 후두두 떨어지는  빗방울뿐이었다. 계획한 여행지를 애써 돌아봤지만, 내가 기대한 경치는 만끽할 수 없었다. 비만 잔뜩 맞은 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정동진의 게스트 하우스로 향했다. 다음 날은 날씨가 갤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둘째  날을 도모했다.



  익일 아침 해 뜨는 시간은 대략 7시 즈음. 6시에 맞춘 알람 소리를 듣고 부스스 일어났다. 차갑게 식어버린 대지의 냉기를 거부하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일출을 보자는 내 의지는 꺾지 못했다. 



  바다와의 첫 대면은 실망 그 자체였다. 수평선까지 쭉 늘어진 구름은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짙게 드리운 먹구름은  해뿐만 아니라 여명까지 가려버릴 기세였다. 검은 파도만 내  발아래서 허무하게 부서지고 있었다. 야심 차게 준비한 이틀 간의 여행을 망친 기분에 절망스러웠다.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 더 잘까 고민했지만, 이대로는 억울해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를 기대감에 일출 시간까지 기다려보기로 마음먹었다. 



  일출 시간이 다가오자 날이 밝기 시작했다. 여명까지 보이지 않을 것이라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해는 천천히 새벽을 걷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해는 떴다. 수평선 끝 구름과 바다 사이의 틈을 비집고 올라왔다.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할 수 있다는 기쁨을  맛보던 순간 진귀한 광경을 목격했다.


                                                   '구름이 타고 있다!' 


말 그대로 붉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구름 위로 마그마가  흘러넘치는 듯했다. 헬리오스의 아들 파에톤이 우왕좌왕하며 모는 태양 마차가 도착한 것이었을까? 천계를 모두 불사르고 곧 지상까지 덮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 나는 말문을 잃은 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시간이 지나 해는 떠올랐고 구름을 통해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평선 근처부터 시작해서 뒤쪽까지 천천히 타들어가는 진행 과정을 지켜보았다. 조금 더 지나 구름은 선홍빛으로 바뀌었고, 이어 해는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굉장했다. 그것은 꿈틀거리며 하루를 시작하는 해의 태동이었다. 구름 덕분에 더욱 멋진 일출을 경험할 수 있었다.  11월 15일 아침. 그렇게 정동진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숨이 벅찰 정도로 소스라칠 장관' 이라는 표현은 이럴 떄 두고 쓰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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