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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 Aug 27. 2021

영어가 잘못했네...

[공부를 지속하는 마음가짐] 내 탓이 아니야. 영어 잘못이야!

영어는 어려워요. 정말이에요. 

새로운 학생을 만날 때마다 한번씩은 꼭 듣는 말이 있다. '아... 영어 참 어렵네요.' 나는 대답한다. '맞아요. 영어는 어려워요.' 이 말도 꼭 듣는다. '아... 전 언어에 소질이 없나봐요.' 나는 대답한다. '아니에요. 영어가 어려운거에요.' 영어는 어렵다! 이것을 인정하면 아이러니하게 영어공부를 지속하는 데에 필요한 두 가지 힘을 얻을 수 있다. 


영어가 한국인에게 어려운 이유

FSI·Foreign Service Institute (미 국무부 산하 외교관 언어연수 전문기관)는 영어가 모국어인 외교관이 외국어를 익힐 때 필요한 교육시간을 기준으로 세계 주요 70개 언어를 4등급으로 분류한다. 아래의 이미지에서 가장 색이 어두운 국가들이 영어 원어민에게 가장 어려운 언어들이다. 아랍어, 중국어, 일본어 그리고 한국어가 바로 이 '카테고리4 (super-hard languages)'에 해당한다. 이 언어들을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Level3의 언어능력을 갖추는데 '주 25시간 x 88주 = 2200시간'을 요구한다.


*Level0 - Level5 로 분류

*Level3: 대부분의 일상적 대화와 업무상 원활한 대화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업종에서 요구하는 최소 언어능력 레벨이다. 악센트를 갖고 있고, 구체적인 뉘앙스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다.


왼쪽  - 출처: visualcapitalist.com,  오른쪽 - 데이터: Foreign Service Institut, 출처: CIA World Factbook


언어는 서로 문화적, 언어학적 유사성이 적을수록 배우기 어려워진다. 한국어가 영어 원어민이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라는 것은 영어와 한국어 사이의 문화적, 언어학적 유사성이 적다는 것을 뜻한다. '카테고리3'에 해당하는 언어를 '영어와 상당한 언어학적 그리고/혹은 문화적 차이가 있는 언어들'로 묘사했다. '카테고리4'에 해당하는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바로 이 '카테고리3'에 해당하는 언어들보다 두 배의 시간이 걸린다. 이로부터 한국어와 영어는 언어학적, 문화적 유사성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따라서, 한국어가 영어 원어민이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라는 것은 영어 또한 한국어 원어민이 배우기에 가장 어려운 언어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 우리는 70개의 언어 중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를 첫 외국어로 배우고 있다!

후련하다. 영어가 그토록 어려웠던 것은 우리의 탓이 아니었다니! 한국어 원어민에게는 영어가 어려운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니! 게다가 대부분의 경우 영어를 첫 외국어로 배운다. 한국인이 첫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것은 막 뒤집기를 시작한 아이가 달리기를 배우려는 것과 같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기는 법, 서는 법, 걷는 법, 달리는 법을 올바른 방법으로 알려줄 코치가 없는 상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어를 익힌다. 그러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런 악조건에서 영어 공부를 해내고 있는 자신에 대한 자책은 금물이다!!


영어를 배우는 시간: 2200 시간

영어 원어민이 '원활히 한국어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는' 한국어 실력을 갖추는데 요구되는 시간은 '2200시간'이다. 이 '2200시간'을 남은 영어공부량을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보다 높은 정확도를 위해서는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는데에 걸리는 시간에 대한 연구가 별도로 필요하다. 또한, 2200시간을 Level3에 도달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볼 수는 없다. 수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2200시간의 영어공부 시간을 도달한 사람들을 비교해보면 다양한 이유로 실력은 저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눈으로 보기 어려워 막막한 영어공부 과정에서 남은 공부량을 수치화하는 대략적인 지표로 공부를 지속하는 데에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일단 2200시간만 채워보자.' 하는 마음으로 수치로 확인가능한 목표를 만드는 것이다. 


2200시간은 아예 영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영어환경에서 무리없이 근무가 가능한 수준까지 배우는 데에 걸리는 시간임을 잊지 말자. 지금까지 영어공부에 쏟은 시간과 현재 자신의 레벨을 고려해 남은 시간을 산출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영어 공부 목표가 '영어 환경에서 근무하기 혹은 일하기'가 아니라면 필요한 시간은 달라진다. (영어 레벨별 공부법 및 영어 목표 설정법은 별도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주말까지 빠짐없이 공부하는 경우

2200시간 = 매일 1시간 x 2200일 (약 6년)

2200시간 = 매일 3시간 x 약 733일 (약 2년)

2200시간 = 매일 5시간 x 약 440일 (약 1년 3개월)


각 레벨에 도달하기 위해 요구되는 시간

일반적으로 각 레벨에 도달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고려했다.

Level1까지 걸리는 시간: 500시간 - 매일 반복되는 일상 대화 가능. 간단한 여행회화 가능.

Level1에서 Level2까지 걸리는 시간: 800시간 (총 1300시간) - 일상 대화 가능, 일부 업무상 대화 가능. 

Level2에서 Level3까지 걸리는 시간: 900시간 (총 2200시간) - 자유로운 일상 대화, 대부분의 업무상 대화 가능, 관심 있는 주제에 한해 깊이 있는 대화 가능. 

*FSI에서는 언어능력을 Level0에서 Level5로 나눈다.


'엄청 오래 걸리네. 그냥 포기할까?': 이것만 읽고 결정하는건 어때요? 

모델 한혜진 씨는 '세상에 어떤 것도 제 마음대로 안 돼요. 하지만 운동은 정직해요. 배신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영어도 그렇다. 영어도 정직하다. 하는 만큼 결과가 정직한 일이 몇이나 될까? 영어공부는 보상이 약속된 노력이다. 그럼에도 2200시간이 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도 기약없는 기다림보다 긴 기다림이라도 기한을 아는 것이 편하지 않은가. 또한 그 과정에서 매일의 발전을 보여주는 공부법과 도구들을 마련하여 성취감과 함께 한다면 그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들썩이는 의지를 지켜주는 보험, 공부량 시각화하기' 편에서 다룰 예정이다.) 



'왜 안 늘지? 끝은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렇게 생각하자.


자신감ㅣ '내가 영어를 못하는 이유'는 영어가 본래 어려운 탓이다. 나에게 언어에 대한 소질이 없어서가 아니다. 잠깐, 내가 그 어려운 걸 내가 해내고 있는 거잖아. 대단해! 


희망  ㅣ '내가 영어를 못하는 이유'는 올바른 방법으로 아직 충분한 시간을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언어에 대한 소질이 없어서가 아니다. 몇 시간 했지? 아직 1000시간 밖에 안했으니 이렇지! 2200시간 채우면 되지!


그러니 그냥 하면 된다! 단, 올바른 방법으로.



현재 나는 독일어와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다. 언어를 배우는 소질이 있어서가 전혀 아니다. 어찌저찌 2200시간 이상으로 영어공부를 했고 고군분투한 시간에 대한 보상인지 영어와 상대적으로 유사한 독일어와 스페인어를 배우는 과정은 훨씬 수월하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돌려차기를 배운 사람이 앞차기를 배우는 것은 쉬울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급해지거나 정체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나의 공부시간을 체크한다. 몰입하여 언어와 고군분투한 시간들을. 돌아오는 생각은 영락없이 '아직 공부를 덜 했구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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