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거 한번 입어봐’.
내가 옷을 건넬 면 엄만 항상 가격표를 먼저 확인한다. 그리고 너무 비싸다며 옷을 정리해서 예쁘게 걸어두고 세일하는 부스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러면 나는 그 옷을 다시 집어 들고 한 번만 더 입어보라며 그럴듯한 말로 엄마를 설득한다. 옷을 정리하는 엄마의 손에 아쉬움이 묻어있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쯤, 나는 다른 아이들이 입고 다니는 값비싼 패딩을 입고 다니지 않았다. 그건 가난했기 때문도 아니었고 싫어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엄마의 쇼핑 법 때문이었다. 우리 가족은 항상 계절이 바뀌면 옷을 장만하기 위해 쇼핑몰을 가는데, 엄마는 가족들의 옷만 골라주고 정작 자신의 옷은 사지 않는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 예쁜 옷이 걸린 마네킹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이 안쓰러워 보였다.
한 번은 엄마와 피아노 공연을 보러 갔는데, 가기 전에 엄마가 근처 마트에서 네이비 색 야상을 사준 적이 있었다. 지금은 기억이 안 나지만 꽤 비싼 옷이었을 텐데 엄마는 ‘잘 어울린다, 멋있다’라는 말을 하며 망설임 없이 카드를 건넸다. 그리고 내가 ‘엄마는?’이라고 물으면 엄만 ‘괜찮아, 옷 있는데 왜 또 사’라고 하며 걸음을 옮겼다. 내 옷을 골라주는 엄마의 눈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슬펐다.
입대를 하고 처음으로 휴가를 나온 날, 엄마한테 신발을 선물한 적이 있다. 몇 년째 현관에 놓여있던 익숙한 엄마의 신발이 너무 닳아있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신발을 신어보지도 않고 가격부터 물어보는 우리 엄마. 내가 그냥 신어보라고 하니 그제야 발 사이즈를 말한다. 나는 한참을 멍하니 신발을 신고 있는 엄마를 쳐다보았다. 신발을 신고 거울에 대보는 아이 같은 엄마의 표정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마음이 쓰렸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생활하는 나는 조금 지칠 때쯤이면 고향에 내려갔다 온다. 가족들과 맛있는 밥을 먹고 대화도 하고 집 앞 강변을 산책하며 편안함을 만끽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금세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온다. 그날도 그랬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 내 신발을 꺼내려고 신발장을 열었는데 내가 첫 군대 휴가 때 엄마에게 선물한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사드린 지 꽤 지났는데 정말 새것처럼 깨끗하게 보관돼있었다. 궁금했지만 여쭤보지 않았다. 신발이 불편해서인지 아니면 아끼시는 건지는 아직도 알 수 없지만 난 왠지 이 이야기를 열린 결말로 남겨놓고 싶었다. '다음엔 더 편한 걸로 사드려야지, 또 사줄 테니까 아끼지 말라고 해야지' 하면서 우리 집 현관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