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누울 수밖에
아침엔 항상 일어나기 힘들다. 그래서 난 일어나기 위해 총 세 개의 단계를 만들었다. 첫째, 하늘을 마주하던 몸을 뒤집어 엎드린다. 둘째, 엉덩이를 뒤로 쭉 뺀 뒤 상체는 앞으로 쫙 당겨 베개에 얼굴을 파묻는다. 아, 그 상태로 몇 초간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중력을 이길 수 있는 힘을 모우는 중요한 단계다. 마지막, 팔을 땅에 집고 온 힘을 다해 발을 디뎌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안심하면 안 된다. 특히 아침에는 중력이 너무 세기 때문이다. 곧바로 화장실로 가서 차가운 물로 고양이 세수를 한다. 그리곤 칫솔에 치약을 콩알만큼 붙여 이를 닦는다. 감긴 눈으로 입 안을 헹구고 나면 그제야 조금 눈이 뜨이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직 긴장을 풀어선 안된다. 중력은 생각보다 끈질긴 녀석이다.
커피를 내린다. 얼마 전에 사 온 케냐 원두의 향이 꽤 괜찮다. 갈린 원두에 뜨거운 물을 살짝 뿌려놓고 30초쯤 기다린다. 이유는 모르지만 단지 누군가 했던 말이 기억나서 항상 그렇게 한다. 잠깐의 기다림이 끝나면 주전자에 담긴 뜨거운 물을 원을 그리며 원두 위로 천천히 뿌린다. 필터에 걸려 조금씩 내려오는 커피, 그렇게 중력을 이길 수 있는 약을 마신다.
방심했다. 앉아있던 나를 중력이 자꾸만 부른다. 앉아 있지 말고 더 가까이 오라고 잠깐 있다 가라고, 난 그 녀석에게 이미 수백 번을 넘게 당했다. 이번에도 속을쏘냐! 몸을 더 빳빳이 세우고 중력을 거부한다. 그러나 그 녀석은 예상보다 매력적이었다. 잠깐 책상에 얼굴을 대본다.
당했다. 그 녀석이 가고 난 자리엔 항상 후회가 남아있다. 또 너냐, 자주 봐서 익숙하다. 난 후회가 끔찍하게 싫다. 그래서 후회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몸을 다시 일으킨다. 그리곤 몇 초간 멍해져서 가만히 있는다. 다시 시작하기 위한 힘을 모우는 단계다. 이윽고 눈에 초점이 들어오면 찜찜하지만 조금은 개운해진 기분으로 다시 할 일을 시작한다.
중력이 너무 세서 잠시 누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 중력을 견디고 다시 시작한다는 것, 오늘은 그 부분에 의의를 둬보자. 오늘도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