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처럼 살기로 했다.

by 성북구 비둘기


집을 나서는 길, 언제나 그랬듯 비둘기들이 내 앞을 가로막는다

비둘긴지 깡팬지, 웬만해선 비키진 않는다

"꾸륵꾸륵" 나는 그 소리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

그들을 살짝 피해 옆으로 돌아간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상체를 힘껏 웅크린다

'푸드덕' 소리와 함께 비둘기가 내 눈 앞을 지나간다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가던 길을 걷는다


"쟤들은 왜 겁이 없냐?" 친구 녀석이 한마디 뱉는다

그러게 말이다 왜 겁이 없을까, 왜 다짜고짜 푸드덕거릴까

남들 신경 쓰지 않는 그들이 대단해 보여서

"나름 멋있네"라고 대답한 나를 친구 녀석이 쏘아본다



에필로그


남들 신경 쓰지 않고 푸드덕대는 그들이 나름 대단해 보였다. '뭘 믿고 저러는 걸까, 쟤들은 내가 안 무서울까', 뭐 이런 생각도 해봤지만 난 "꾸륵꾸륵" 그 소리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 비둘기가 아니다. 당연히 겁도 나고 남들을 신경 쓸 수밖에. 그럼에도 내가 비둘기처럼 살고 싶은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다. 하고 싶은 일엔 많은 이유가 있지만 난 그중 '그냥'이라는 이유가 가장 마음에 든다. 굳이 거창한 이유를 들이밀 필요 없다. 그냥 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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