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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하 Jan 15. 2021

가면 장인에 관한 어떤 소문


가면 장인에게 방문했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그에게 그가 어째서 가면을 벗지 않고 생활하는지를 물었다. 그때 그가 말했다.

제가 가면을 벗지 않는 데에는  가지 정도의 가설이 있는 듯합니다.”

그는 마치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에 대해서 묘사하듯 말하고 있었다.

하나는, 콤플렉스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저는  안에 감추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누추한  거죽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부끄러워하는 어떤 심성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콤플렉스를 가리기 위해서, 나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콤플렉스의 가설을 믿는 이들일수록  진짜 모습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들은 어떻게든  가면을 벗겨내고,  안에도 대체 무엇이 있는지를 발견하고자 원합니다.”

나는  말을 천천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인은 그런 나를 보면서 (사실 가면에 가려 그가 나를 보고 있는지는 확신할  없었다) 말을 이어간다.

그러나 다른 설명도 있습니다. 그것은 능력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저는 가면을 만들  있고,  아주  만들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제가 가면을 쓰는 이유는, 무엇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면을 만들  있고    있는 능력이 있을 , 가면이 가리는 것은 아무것도 말해주는 바가 없다고 합니다. 가면이 아니더래도 우리는 이미 우리 자신을 감추며 살아가고 있지 않나요? 그런데도 구태여 가면을 사용한다는 것이 무언가를 가리고 감춘다는 점에서 있어서는 별로 특수한 성격은 아닌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가면을 만들고 가면을 쓰는 것은 단순히 감추기 위해서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피곤하고 어려운 일입니다. 가면을 만드는 데에 저는 꼬박  달을 보내야 하고,  이것을 쓰고 있는 것은 무겁고 답답한 일이거든요. 그들은 오직 저이기 때문에, 제가 장인으로서의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가면을 쓰고  벗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그것은 사실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의 집은 정말로 가면으로 가득했다. 하회탈과 남사당패가 쓰고 나올법한 각시탈도 있었으며, 일본과 서양의 가면들을 벤치마킹  것들도 있었다. 첩첩이 걸려 벽을 가득 메운  규모는 과연 그가 장인으로 불릴만하였다. 그가 가면을 벗지 않는  때문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는  자체만으로도 유명해질  하였다. 이것은 아무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내가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그는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러한 설명을 신봉하는 이들은,  진정한 모습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만들어낸 가면들의 값어치와, 제가 그때그때 바꿔쓰는  외양을 중요시합니다. 어떤 점에서 제가 감추는   거죽이라는 것은, 가면의 값어치를 높여주는 하나의 퍼포먼스로 이해되기도  터이겠죠.”

아마도 나는 더욱 힘주어 자세히 설명한 후자의 사례가  적절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도 장인 스스로 묘사한 자신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것은 ‘가설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다시금 그에게   가설 중에 무엇이 사실인지를 물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다일 것입니다. 제가 능력이 없었다면 가면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지만,  하나의 가설만으로는 제가 가면을 쓰는 이유가  설명되지 못합니다. 감추는 이유 자체에 대한 설명도 있어야만  것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가설  하나만으로 저를 설명하려 한다면, 그것은 절름발이 가설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가 자신을 감추는  일들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며, 누구나 쉽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겠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을 감추는가?

그것은 비밀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한다.

, 물론 우리는 가면 없이도 감출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표정이 감추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비밀과 거짓말은 아주 다른 것이니까요. 우리의 얼굴 표정이 지어 보이는 것은 가끔은 솔직하게 마음을 드러내지만, 솔직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거짓에 대한 게임에도 연루되는 것이니까요. 억지로 지어 보이는 웃음과 같은 것들은, 능동적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무언가를 감출 뿐만 아니라, 거짓된 것으로 사람들을 속이기도 하니까요.”

나는 그에게 거짓과 비밀의 차이에 대해서 물었다.

거짓말은 능동적인 행위입니다. 우리가 그의 진실을 물을 , 그는 사실이 아닌 대답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비밀은 소극적인 거짓말입니다. 오히려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함이 비밀의 핵심입니다. 사람들은 비말 뒤에 있는 진실을 알지 못하지만, 대신해서 거짓된 믿음도 가지지 못합니다. 오히려 무엇을 물어야 할지를 모르는  비밀의 핵심이죠. 비밀의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람들이 묻지 않으니 대답할 이유조차 없었다고 말하는 데에 있습니다.”

가면의 이유. 그것은 그가 감추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밀이다. 비밀의 이유. 그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리고 또한 그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가   있기 때문에.

그러나 그게 전부일까.

그러나   없다.

그것은 비밀이니까.

그러나 가면 안에는 무언가 있다. 비밀은 언젠가는 깨어지게 되어 있다.  안에서도 눈물이 흘렀고, 뺨과 나무로 만든 두꺼운 가면 사이를 가로질러, 마침내 턱을 타고 떨어질 것이었다. 그것은 떨어지기 전까지는 아주 비밀스런 그만의 감정이었겠지만, 그만큼 그에게는 분명한 것이다. 가면과 피부가  사이를 끈적하게 메우는 감정들을 알아챈다. 그리고 마침내  비밀스러운 것들이 누적되면 결국 새어 나오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그때 우리는 그저 눈물을 잘라내는 눈꺼풀 만치 즉각적으로 그의 감정을 알아챌 수는 없겠지만, 턱까지 이르고서야 떨어지는 감정을 통해서 진실을 알아챈다. 가면을 타고 들려오는 쉭쉭 거리는 숨을 타고 전해진다. 거짓을 말하지 않기 위해서 비밀을 선택하는 이들은, 진실을 감추는  아니라 진실을 간직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어 나오는 것들이 어떠한 진실을 드러낸다면, 가면은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순간을 위한 가면이었고, 거짓을 말하지 않기 위한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비밀을 들추지 않기로 하였다. 단지 비밀의 이유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면의 이유를 듣는 것만으로도 꽤나 흥미로웠으니까.

그렇게 일어나려는 찰나에, 그의 작업실 한가운데 놓여 있는 재떨이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물었다.

담배도 가면을 쓰고 피시나요?”

아뇨, 벗고 핍니다.”



그리고,

인생 자체가 비밀인 인간도 없다.



-타인의 일기-


https://youtu.be/xwP8VWogV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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