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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하 Jun 03. 2019

<어나더 컨트리> : 가벼운 서사, 매력있는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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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를 통해 초대를 받고 <어나더 컨트리>를 관람했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장단점이 뚜렷한 연극이었다. 그리고 이 장단점은 원리적 차원에서의 장단점이지, 연극의 의도와 기획에 부합하는 것으로 흥행성은 보장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는 연극이었고, 지루할 새 없이 볼 수 있는 그런 연극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뛰어나고, 개성과 매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연극의 단점을 짚는 것은 사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의 아쉬운 부분을 짚고, 이 영화의 장점을 부각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 연극을 보고자 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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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컨트리>는 기존에 존재하는 시나리오로, 영국 남자 기숙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성격만 놓고 보자면 풍자와 시사성이 높은 이야기이다. "동성애"와, "공산주의"를 놓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러나 노골적인 정치 이슈나 젠더 이슈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점에서는 이제는 이 주제가 이슈거리조차 아닌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노골적으로 대립되던 때의 이야기로서, 그만큼 훨씬 권위적이고 또 폐쇄적인 시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아있지만, 많은 나라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으며, 이야기에서 보여주는 지나친 권위주의는 상대적으로 많이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절대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 연극이 주제의식으로 삼고 있는 문제들을 우리가 더 이상 주제로 삼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우리는 연극에서 다루는 시대를 넘어, 연장선상의 문제라고 할지언정, 그 이후의 문제들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이야기의 이슈들이 크게 불편하게 와 닿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 연극에서 다루는 주제들에 공감하면서 보거나, 충분히 납득하면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두 가지 이슈에 대해서는 조금 가볍게 다루어진 측면이 있다. 구체적으로 다룰 수는 없지만, 이 영화에서 다분히 정치적이고 소신 있는 학생으로 등장하는 공산주의자 '토미 저드'의 내적 갈등이 조금 덜 부각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권위주의와 계급제도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학생회에 들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 어떠한 이유 때문에 자신의 소신이 위협받는다. 이러한 부분들이 생각보다 극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다루어진 것 같다. 한편, 트러블 메이커이자, 자신의 사랑을 좇고자 하는 '가이 베넷'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학교의 룰을 어기면서까지 동성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마음을 좇아 산다. 그러나 그 사랑의 이슈 역시도 조금은 옅은 방식으로 다루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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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만큼 부각된 것은 서사의 오락성과, 젊은 남자 배우들의 개성이다. 어떤 점에서 위의 특징들은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만큼 유머 코드와 배우들의 매력들이 부각되는 것이다. 시나리오 자체가 부각할 수 있었던 정치성이나 풍자성이 휘발된 만큼, 배우들 각각에서 오가는 이야기들과 대사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런 점에서 110분 정도의 공연 시간 내내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 각자의 매력과 개성을 살피는 데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전체적인 서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살피는 것보다, 한 명 한 명의 배우들이 어떠한 표정과 몸짓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그에 따른 리엑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는 것으로도 눈과 귀가 즐겁다. 대부분 여성 관객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또 여성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남자인 내가 보기에도 부담스럽거나 괴로운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즐기면서 잘 보았다. 물론 여자 친구와 함께 보기에는 내가 오징어로 보일 것 같아서, 삼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한 편의 아이돌 공연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배우들 각각의 개성과 연기력, 그리고 전달력은 출중하다. 보는 내내 대사가 들리지 않는다든지, 연기가 어색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매력 있는 배우들을 보기 위해, 또 기분 전환을 위해 <어나더 컨트리>를 고민한다면, 나는 그 선택을 말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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