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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샤 Sep 25. 2020

육아 전엔 절대 알지 못할 육아가 힘든 이유

애셋 키우면서야 처절하게 알게 되었다


나도 그랬고, 많은 임신 전 출산 전 여자들이 막연한 각오를 한다. 애를 낳아 키운다는 건 절대적 고통이니 상상도 못 할 정도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그 각오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어떠한 각오를 해도 그 각오 이상의 고통이 따르는데, 실로 그 고통들은 꽤나 사소한 것들에서 온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아래의 것들은, 그 사소한 것들이 매일 연속적으로 이루어져 우주만큼의 고통이 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줄 수 있는 목록들이다.

(보다가 피식 실소가 나올 수 있으니 주의 바람)




1. 출산 직후 고통은 수면 부족?? NONOP, 젖몸살!!

수면 부족은 육아 내내 그런 것이고, 출산 후 6개월 동안 좀 많이 힘들긴 하지만, 출산 직후는 그럭저럭 괜찮다. 출산 직후 빠르면 4시간, 느려도 24시간 이내 소문으로만 듣던 젖몸살이 시작된다.
몸이 출산한 것을 알고 본격적으로 젖 생산 체제로 돌입하는 것인데, 이게 지금까지 아팠던 모든 신체적 통증 중 최고라 할 수 있다. 딱딱해지고 열이 나고 찌릿찌릿하다. 대부분 조리원 옷들은 얇은 면 옷인데, 그 면이 스치기만 해도 눈물 날 정도로 아프다.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아프다. 경험해 보지 않고는 상상 불가 통증이다. 


그런데 아이러니는, 이때의 아가는 거의 잠만 자고 먹는 양이 많이도 필요 없고 쭉쭉 빨아댈 힘도 없다. 엄마들이 수유 시간이 두 시간씩 걸리는 이유다. 발가락을 꼬집고 볼을 쓰다듬어가며 난리치고 깨워서 먹이려 해도 열심히 자기만 하는 신생아 덕분에, 엄마들의 젖몸살은 더 심해진다. 몸은 젖을 계속 만들어대고, 출력은 거의 없는 실정. 다행히 유축기가 있다. 덕분에 진정한 젖소가 되긴 한다. 그러나 유축기도 기계라 한계가 있다. 유축기를 하면 할수록, 유두는 불어서 아파지기만 하고 아기 입에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만 한다. 유축기가 뽑아대는 모유는 입구 쪽에 한정되기 때문에, 진짜 통증과 유선염을 일으킬 수 있는 모유(대부분 겨드랑이 쪽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까지 나오게 하려면 유축 내내 계속 가슴 마사지를 해야 한다. 다행히 이 젖몸살이 아주 오래가는 건 아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한 30~40일 정면 끝난다. 이 시기를 잘 버티면서 70일 정도까지 잘 물리면 모유수유를 쭉 할 수 있고, 젖양이 많지 않거나 아이에게 물리는 게 힘들면 자연스레 분유 수유로 넘어가게 된다. 나는 그냥 모유수유가 더 편해서 모유수유를 했을 뿐, 사실 우아하게 키우기는 분유 수유가 더 좋긴 하다. 어쨌든 젖몸살이 사그라질 때 즈음엔 또 다른 문제가 다가온다.

1-2. 허기짐?? 먹었는데 또 허기져?? 어, 그래서 엄청 먹었는데 이건 뭐지?? 또 허기져??

이 역시 상상하기 힘든 부분이다. 몸이 젖을 계속 만들어야 하니 바쁘다. 그래서 영양 공급을 계속 필요로 한다. 그래서 많이 먹게 된다. '우와, 내가 이걸 다 먹었어 진짜'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은 양이 들어간다. 그러고 수유를 한다. 한 시간에서 길게는 두 시간. 쭈그려 앉아 아기랑 전쟁을 치르고 오면 '어? 배고픈가? 그건 아닌데 좀 허기지네.' 좀 전 먹은 만큼 먹는다. 몸이 그만큼 필요로 한다. 그러고 수유하고 나면, 뭐지? 좀 허기지네?

결론은, 계속 허기진다. 배고프다 까지는 아닌데, 많이 출출한 느낌이 끊임없다. 미역국을 아침저녁으로 끓여대도 다 먹는 게 이유가 있다. 그만큼 엄마의 몸이 바빠서 계속 무언갈 먹으라고 요구한다. 나는 원래 대식가긴 한데, 아기 낳고 한동안(여기서 한동안은 최소 한 달 이상은 되는 듯함) 하루 6끼 미역국 대접을 먹어댔다. 살이 빠질 수가 없는 구조다. 엄청 힘들어서 살이 빠져야 정상인데, 엄청 먹어야 생존할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육아 역시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2. 신생아가 끝날 무렵, 아기는 울기 시작한다. 아무 이유 없이!!

아직 육아의 신세계를 못 벗어날 무렵, 어찌 됐든 한 달간의 신생아기가 끝난다.

매일 20장 가까이의 기저귀를 갈고 5회 내외의 응가를 치우고, 밥 젖 젖 낮잠 젖 젖의 생활을 하다 보면, 아기가 힘들다는 듯이 울기 시작한다. 특히 밤! 첫째의 경우, 2시간 반을 거의 매일(15일 정도) 이유 없이 울어댔고, 둘째 역시 일주일 정도 1시간 이상씩 밤잠 전에 울어댔다. 도대체... 왜?! 분명히 방긋 웃으며 잘 씻고 먹고 기귀도 갈아주었다. 내 상식에선 울 일이 도저히 없는데, 그렇게 죽을 듯이 울어댄다. 덕분에 엄마는 기본이고 다른 가족들도 잠들 수 없다. 그때부터 엄마들의 폭풍 검색 시작. 내가 내린 결론은, 성장통이다. 아기들은 생후 3개월간 몸무게가 두 배가 늘 정도로 훅 크는데, 살이 찌고 뼈가 크고 그런 느낌이 아픈가 보다, 싶다. 아닐 수도 있지만,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이 울어 대니, 나중엔 '가 크느라 이렇게 아프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내가 편해지는 것이었다. 우는 내내 딱히 할 수 있는 건 없고, 안고 그냥 달래 주었었다. 한 시간을 5킬로가량이 빽빽 울어대는 걸 안고 있자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지'부터 '내가 도대체 잘못했지'까지 온 우주를 통트는 별별 생각이 다 들고, 잠이 든 아가를 눕히고 나면 어깨에 아기 눈물과 침과 근육통과 땀이 뒤범벅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 과정을 몇 번 거치고 나면, 이유 없이 아가가 울 때는 모든 순간이 '성장통'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그런데 확실히, 그런 순간들이 지나고 나면 아기들은 훅 커져있긴 하다. 역시, 엄마의 등골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이다.


3. 인생 최고 난이도 섬세한 작업!!!! 아기 손발톱 깎기!!!!!

이건 진짜......... 맞닥뜨려보기 전엔 상상조차 힘든 작업이다. 나처럼 곰손은 더더욱. 그래서 첫째 둘째, 막내까지 몇 번 피 좀 보면서 키운 기억이 직도 저릿하다.

사실 이 때문에, 육아 관련 글을 써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신생아의 손발은 상상 초월로 작다. 오죽하면 둘째 신생아 때 새끼발톱은 일(一) 자였다. 무존재 느낌.
하지만 신생아 아기들에게 손발톱만 한 무기가 또 없다. 30일이 지나면서 흔한 말로 오징어 굽기가 시작되는데, 그때 손이 얼굴로 가면서 손톱이 여린 피부들을 한정 없이 공격하기 때문이다. 근데 이게 엄청 작다. 아기들에게 1m 손톱은 어른들 1센티급 길게 자란 손톱인 셈이다. 그 작은 손을 부여잡고 더더 작은 손톱을 잘라내야 한다. 근데 이게 또 손가락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하아.. 첫째 손톱 처음 자르던 날, 잘못 잘라 피나는 거 보고 한참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작은 몸에 무슨 피가 돈다고 그걸 또 나게 했냐며 내가 못나고 못난 어미라 미안하다고. 막내 피날 때는 쏘리 하고 다음 손톱 잘랐던 미가 되었다. 하여튼, 이 작업을 은근 3-4일에 한 번씩 해야 한다는 게 문제다. 손은 작고 금방금방 자라니까. 손발싸개를 하면 되긴 하는데, 그걸 빼는 순간 손이 얼굴로 가고, 또 손발싸개 오래 하면 촉감 발달에 안 좋대나 뭐라나 말이 많고. 금도 손톱 자르는 날은 적잖이 스트레스받는다.


4. 수유 텀이 두 시간?! 그럼 중간엔 좀 쉴 수 있겠네??!!

만큼 큰 오산이 없다.

일단 아기들은, 특히 신생아는 수유 텀이 일정치 않다.(분유 아기는 그나마 덜하다고 하다.) 모유는 금방금방 소화돼 바로바로 물려야 한다. 30분에 한 번씩도 물리고, 좀 오래 자면 두 시간에 한 번씩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어쨌든 수유 텀이 잘 자리 잡혀 2시간이라고 치자. 2시간의 시간 동안 뭐하지?
2시에 젖을 물렸다-2시 20분 정도까지 한쪽 젖을 물린다-반대쪽을 물린다-2시 40분 정도까지 물린다(이것은 둘 다 꽤 빨아먹었다는 가정 하이다. 대부분 아기들은 좀 빨다 잠들어 버려서 깨우고 물리고 깨우고 하면 기본 한쪽 30분씩 먹이게 된다.)-어느 정도 먹였다 싶음 트림시키기 시작이다-트림을 할 때까지 세워서 등을 토닥토닥해줘야 한다, 빠르면 5분 만에 나오지만 대부분은 20분 정도 두드려 줘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면 3시면 기본 과정이 끝나는 것이다. 그럼 한 시간이 남지만 대부분 먹거나 쪽잠을 자거나 머리 감고 와야 한다. 기저귀와 물티슈도 주문해야 한다. 문제는 위의 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것이다. 나는 거의 한 시간 반 정도 걸렸었다. 그 와중에 배도 고프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 문자도 해야 하고 졸리고.. 다 했다 싶음 아가는 응가를 한다. 응가 치우고 오면 또 수유 시작. 수유 텀 두 시간이란 말은, 수유 외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이니, 속지 마시길. 



5. 그 유명한 등 센서, 엄마들의 본격 산후우울 시작!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나는 그랬다. 등 센서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우울해졌다. 그전까지는, 육아란 이렇구나 심히 힘들구나 느낌이었지, 우울하다고 느낄 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 100일 전후 젖양도 아기에게 맞춰져 가슴도 덜 아프고, 육아의 고됨이 익숙해지고 아기도 먹고 자고 패턴이 익숙해지면, 본격 등 센서가 발휘된다. 엄마 품에서 잠든 아기를 눕히려고 하면, 등이 침대나 범퍼나 바닥에 닿는 순간 엥~! 다시 안아서 재운다. 2-30분 재웠어, 깊이 잠든 거 같아, 팔 빠질 거 같아, 목은 굳은 거 같아, 눕혀볼까, 등이 닿는 순간 엥~! 그 와중에 허기져, 아기를 안고 밥을 먹어, 잠이 깊이 들었네, 눕혀볼까, 엥~! 무한 루트. 이 시기가 바로 엄마들이 절대적 수면 부족과 3일을 못 씻었어 엉엉 이 본격 시작되는 시기. 겨우 눕혔어 좀 씻어볼까 좀 자볼까 하면 엥~! 안아서 겨우 재웠어 눕혀볼까 엥~! 이 시기는 꽤 오래가는 듯하다. 아기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6개월 전후까지인 듯하다. 분명한 건, 이것도 지나간다는 것. 육아의 답은 뭐다? 시간!



6. 가벼운 감기? 감기도 아기들에겐 중병이다!

나도 처음에는 감기라 해서 가볍게 생각했다. 다행히 첫째 딸은 감기 걸릴 때마다 감기에서 끝나 주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감기는 그냥 감기가 아니다. 어른들에게야 '약 먹으면 일주일, 안 먹으면 7일 만에 낫는 감기' 정도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다음과 같다.

기침하는 데 두면 바로 폐렴이 되어 버린다. 콧물이 줄줄 나는 데 두면 바로 중이염으로 번진다.(한 번 중이염에 걸리면 콧물이 조금 흐를 때마다 거의 100% 중이염이 함께 오게 된다), 감기 바이러스가 눈으로 가면 바이러스성 결막염이 된다. 

시조카는 감기성 폐렴으로 8살까지 고생했고, 둘째 딸은 감기만 걸리면 무조건 중이염이다. 중이염의 폐해는, 항생제를 달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딸도 감기 바이러스로 고문과 같은 안약 넣기를 일주일 정도 해본 적이 있다.

나도 웬만큼 몸 아픈 건 그냥 참고 지나가는 사람이긴 한데, 아이들은 그래서는 안 된다. 조금의 증상이 보이면 일단 의사에게 보이는 것이 좋다(고 경험상 생각하게 되었다. 조금만 시기를 놓쳐도 아이들의 병은 확 커져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소아과가 괜히 전문분야로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는 바람 1분 쐬는 것도 질환의 시초가 되고, 때를 놓치면 바로 큰 병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행히, 경험상 만 4세가 넘으면 면역력이 강해져 병원 갈 일이 많이 줄어들긴 하는데, 그전에는 열심히 소아과 쫓아다니는 게 부모를 위해서라도 좋지 싶다. 소아과 팁, 소아과 가서 병 얻어오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아침 첫 예약으로 바로 가서 진료받거나 아예 문 닫기 직전 늦게 가서 바로 진료만 받고 나오는 게 좋다. 대기 20분 이상하면 병을 더 얻어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육아는 그냥, 마냥 힘들다. 전쟁이라면 세계 3차 대전 느낌이다. 그런 느낌이 매일이고 일상인 것이, 육아이다.

그래도 아기들은, 다행히도, 예쁘다. 그것 하나로 버티고 해낼 수 있는 게 또 육아다. 그렇게 오늘도 오늘만큼 아이들을 키워냈다. 내일도 아이들은 하루만큼 자랄 것이고 나도 그만큼 자란 엄마가 되어있을 것이다.

(나는 모성이 구축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첫째를 보고 진심으로 '아구아구 내 새끼' 소리가 나온 건 출산하고 8개월 만이었다. 그 전까진 못생긴 게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밖에 되지 않았다. 막내 임신 즈음 알았다. 모성은 본능이 아니라 구축되는 것이고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임을, 그것이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님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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