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샤 Sep 18. 2020

매일 똥을 만지는 여자

단지 아이를 키울 뿐이다

5년 전, 아니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가 100여 일을 매일 똥을 만지며 살게 되리라는 것을.


수월했던 첫째와는 달리 둘째는 배변이 느리다. 할머니가 2월부터 유난히도 배변을 강조하셔서 그나마 7월 초 정도부터 쉬는 가리긴 한다. 물론 집에서만이다. 어찌 됐든 쉬는 변기에서 하는데, 문제는 대변이다. 자기만의 서서 응가하는 방식이 있어서 앉아서 대변을 보질 못한다. 이맘때의 아이들은 변기에 응가가 떨어지는 느낌이 무서워서, 앉아서 힘을 주는 방법을 몰라서 등 여러 이유로 변기를 두려워한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팬티에 응가를 하게 되는데, 이게 치우는 게 일인 것이다. 나는 사실 아이들에게 맞추자 주의 엄마라서, '자기만의 때가 있겠지 그때를 기다려주자'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팬티에 응가하면 어쩔 수 없구나 싶다가도,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하는 복잡한 심정이 드는 것이다. 검색을 해 보면 5개월 동안 팬티를 빨았다는 엄마도 있던데, 이제는 정말 남의 일이 아니다. 

응가를 처리하기 위해 아이를 욕조에 넣고 팬티를 내리면, 조금만 조심하지 않으면 그 안의 녀석들이 굴러 나온다. 처음엔 휴지로 처리했지만, 한두 번 하다 보니 그냥 손으로 처리하는 게 더 쉽고 빠르다는 걸 알게 됐다. 어차피 손은 씻게 되니까. 정말 만화처럼,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녀석들을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둘째를 흠씬 패주고도 싶었다. 엄마에게 똥을 주다니!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그 딱딱한 정도와 촉감(?!)으로 아이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게 되고 변비가 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해결해라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매번 '제발 이 짓 좀 그만하자' 싶은 생각이 압도적으로 많이 들지만(주말 하루에 네 번씩 응가를 할 때면 어쩔 수 없는 분노의 샤우팅을 피할 수가 없다), 한편으론 그래도 매일 쉬지 않고 이렇게 변을 보는 게 어디냐 싶어 기특해지기도 한다. 그래그래, 이것도 과정이다, 좋게 좋게 생각하자. 이 또한 지나간다, 모든 육아의 순간이 그러했듯이.


8월부터는, 슬슬 유아식으로 들어가는 막내가 기저귀에 응가를 한다. 생긴 건 아직 너무 아기인데, 응가만 보면 다 큰 어른이다. 하지만 아직 힘이 부족한지 기저귀까지 밀어내진 못하고, 엉덩이에 붙어 있다. 씻기려고 기저귀를 벗기면 기저귀와 응가는 깔끔하게 분리되고 엉덩이의 응가는 결국 내 손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 또한 아이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소중한 시간이라 할 수 있겠다(라고 좋게 좋게 생각하려 한다). 대부분은 건강한 응가에 감사해하고 무탈하게 잘 크고 있음에 다시 감사하게 된다. 


도대체 하루에 손을 몇 번을 씻는 건지.

시절이 시절이라 손을 씻는 것은 미덕이지만, 20번은 족히 넘게 씻는다. 

이 또한 (어쩌면) 추억하게 될 육아의 한 날이라 굳이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무엇보다 나 역시 엄마에게 이렇게 컸을 것이고, 모든 인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장해온 것이다. 우리가 쉽게 잊고 쉽게 생각해 내기 쉽지 않은, 명백한 성장의 과정이다. 나 역시 엄마가 되어서야 알게 된 것이다. 


오늘도 오늘만큼 엄마로 자랐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푼젤'에서 달팽이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