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과 여백에서
어린 시절 몽글몽글하게 피어났던 그때의 기억들, 감정들이 훗날 그 아이가 자라 살아가는 훌륭한 감정적 자산이 된다고 생각해요. 물질의 풍족함과는 분명히 차원이 다른 그 감정적 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과 작가님의 글에서, 매번 그렇게 느껴져요.
<시>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 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이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