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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샤 Sep 20. 2020

제발, 순대 좀 떡볶이에 올리지 마세요!

순대는 소금이 진리입니다

떡볶이를 왜 먹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원초적 의미에서는 단순하다. 떡볶이 맛을 느끼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순대는 왜 먹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순대 맛을 느끼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제발,

나의 세대주여, 순대 좀 떡볶이에 올리지 마시길.

나는 지극히 음식 본연의 맛을 즐기길 좋아한다. 미식가는 아니지만, 음식은 고유의 맛이 있고 그 맛을 느끼기 위해 먹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떡볶이의 텁텁한 고추장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순대 맛이 섞이게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이건 정말, '제발'이 붙어야 하는 문장이다. 몇 번을 이야기했건만, 나의 세대주는 기어코 내 앞의 떡에-다음 차례 입으로 들어올 예정인 떡에- 턱 하니 순대를 올린다. 하아.. 먹기가 딱 싫어지는 거다. 순대에 떡볶이 맛이 베이는 것도 싫고, 옆의 떡에 순대 맛이 나는 것도 싫다. 혹자는 순대에 떡볶이 양념을 찍어먹는 맛이 일품이라고도 하지만, 그 건 그분의 입맛이고 취향이지 나에게는 절대 적용 불가이다. 나에게 순대는 양념소금에 찍어 먹는 맛이 최고다. 순대 그 자체의 맛이 살아나게 하는 것은 소금 뿐이고, 다른 것은 다 순대 본연의 맛을 없애버린다.

그 선한 마음은 익히 잘 알겠으나, 선하고 악의 없는 그 마음 때문에 짜증이 치민다.(이 사소하고 옹졸한 마음이여!) 떡볶이 맛도 아닌, 순대 맛도 아닌 그 애매하고 별로인 걸 먹으라니! 그렇다고 다른 떡을 집기엔 선한 마음을 저버리는 것 같고, 먹자니 화가 날 것만 같고.


같은 예로, 제발, 정말 제에발, 밥 위에 고등어 좀 안 올렸으면 좋겠다(옹졸하고 치졸함은 슬슬 끝을 향해 달려간다. 어쩔 수 없다. 싫은 건 싫은 거다.). 특히나 유난히 살점이 두툼한 부위를 내 밥그릇 위에 딱! 그러고는 더할 나위 없이 착한 얼굴에 미소까지 띤다. 사람 속도 모르고. 나는 고등어의 비린내를 싫어해 잘 안 먹는 데다가, 그나마 먹으면 가시 사이 갈빗살?!이지, 이런 살덩이는 도저히 못 먹겠단 말이다. 고등어 비린내가 묻어버린 밥은, 다른 무얼 같이 먹어도 그 비린 맛이 나버린다. 결혼하고 이 것 때문에 몇 번을 싸운 것 같은데, 어제도 또 그랬다. 이제는 내 편에서 포기하는 게 빠를 지경이지만, 그래도 본능적으로 삐져나오는 표정은 어쩔 수가 없는가 보다.

"맛있게 먹으라고 줘도 그런 얼굴이냐."

한 마디에, 내 마음의 忍이 아.로. 새. 겨. 졌. 다. (군인 아니랄까 봐 이상한 데서 공격적이다.)


몇 천 년 전 공자께서 굳이 말씀하셨다. 논어에 이르기를, 己所不欲, 勿施於人, 즉 자기가 싫어하는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 하셨다. 비슷하게, 자기가 좋다고 남들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자기 좋은 건 자기만 좋고 말뿐, 다른 이는 좋을 수도 싫을 수도 있다. 자기 스스로의 선한 일에 자기가 갇히지 말길 바란다. 이는 나 스스로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나는 내가 그러는 것을 싫어하니까 애초에 하지 않는다. 자기 몫의 음식은 자기가 알아서 먹으면 될 일이다.

오늘도 떡볶이와 순대 앞에서 얼굴 찌푸린 나를 반성하면서, 얼굴 찌푸리게 만든 나의 앞사람도 일면의 반성을 하는 시간을 갖길 바라본다. 내 떡볶이 내가 알아서 먹을 테니, 제발 순대 좀 떡볶이에 올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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