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당모의(作黨謨議) 12차 문제(文題): 크리스마스 >
오늘은 할아버지의 49재가 끝난 날이다. 기분이 이상하다. 할아버지는 평생 '타이어 잘 써야 돼, 타이어 엉망이면 체인을 해도 문제야, 체인 해보니까 결국 타이어가 가장 문제야. 체인 벗기는 순간 타이어 문제를 잊어버리거든. 니네 아빠 타이어 괜찮냐' 이런 말을 자주 했다. 나나 동생이나 엄마아빠보다 타이어를 더 걱정하는 것 같았다. 그런 할아버지가, 타이어에 치이셨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잘못 밟은 사람이 할아버지의 오토바이를 쳐버렸다. 어른들은 급발진이라고 했다. 경찰에게 물어보니, 그 차의 타이어는 새거처럼 보인다고 했다. 할아버지, 타이어는 괜찮아도 사람이 문제였어요. 사람이 문제였다구요. 하늘나라에는 자동차 없나요. 제발 자동차, 타이어, 체인 이런 거 좀 잊고 편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할아버지는 참 순진하신 분이셨다. 나도 안 믿는 산타를 믿는 분이었다. 올해 크리스마스엔 꼭 진짜 산타랑 사진 찍어서 보여준다고 했다. 루돌프 코에서 진짜 밟은 빛이 난다고 했다. 루돌프가 날아오를 땐 오랜 타이어 태우는 것보다 좀 덜 역한 냄새가 난다고 했다. 너무 진짜 같아서 하마터면 믿을 뻔했다. 그런 터무니 없는 이야기 해주는 할아버지가 없어서, 올해 크리스마스부터는 할아버지 산타가 주는 선물을 받을 수 없어서 너무 슬프다. 곧 크리스마스인데, 할아버지가 산타랑 찍은 사진을 봐야 하는데. 할아버지가 다시 돌아와서, 진짜 산타를 봤다고 다시 뻥을 쳤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 뻥도 진짜라고 믿게 될 것 같다.
오늘따라 할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다. 할아버지, 그곳에선 진짜 산타랑 사진 찍고 루돌프도 타고 즐겁게 지내세요. 많이 보고 싶어요,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