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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샤 Sep 20. 2020

가을을 닮은 인터페이스

브런치에 사랑 고백하기

(가을밤의 힘을 빌려 쓰는 글임을 미리 밝힙니다. 밤에 취해서인지, 괜히 심장도 좀 더 뛰는 것 같아요.)


브런치의 '글쓰기' 인터페이스는, 가을을 닮아 있습니다. 가을 하늘색도 보이고, 물이 들기 시작한 잎의 색도 서려있습니다. 잠자리 날개의 그물도 보이는 듯하고, 가을바람이 조금 담겨있는 것도 같습니다. 조금 더 있어보면, 언뜻 밤 귀뚜라미 소리도 들려오는 듯합니다. 여름밤 매미소리가 락이라면, 귀뚜라미에서는 현악기의 소리가 나요. 이 또한 브런치의 글쓰기와 어울립니다. 


사실 브런치의 '글쓰기' 인터페이스는 봄과 여름도 닮았습니다. 겨울도 닮았고, 한여름 태양과 정월의 보름달도 닮았어요. 홈런 친 타자가 흔드는 주먹도 있고, 김치찌개 끓는 소리도 납니다. 베이스나 바리톤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아이의 입에서 폴폴 풍기는 젖내가 나는 듯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닮았어요. 브런치 글쓰기는 그렇게, 제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닮아 담고 있습니다. 


하얗고 하얀, 그래서 설레는 브런치의 '글쓰기' 공간. 어쩔 수 없이 고백해야겠습니다. 마치 사랑하는 이를 앞에 둔 마음처럼, 참 두근두근합니다. 무언가 꺼내고 싶은데, 무어부터 꺼내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무언갈 꺼내놓고 나면, 이걸 지금 보이는 게 맞는 건가 한참 생각하게 하고, 괜한 이불 킥도 하게 되지만 이미 꺼내 버린 마음은 어쩔 수 없을 때가 더 많아요. 쓰고자 하는 것이 없어도 브런치의 글쓰기를 누르는 순간, 오늘을 스쳐간 모든 시간들이 살아납니다. 첫째의 그네를 밀어주던 내 손, 막내가 과자를 먹는 오물오물 입, 시원함과 서늘함이 적절히 섞은 바람, 시나브로 길어지는 그림자. 자꾸만 내 안의 나를 꺼내게 만드는, 나를 흐물거리게 만드는 이 존재 때문에, 요즈음 나날이 가을처럼 사랑스럽습니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브런치 글쓰기의 하얀 공간에 녹아내릴 이야기들이 자꾸만 기대가 됩니다. 


이런 밤은, 시도 곧잘 쓰입니다. 그러나 시는 서랍 속에 넣어두겠습니다. 시는 마음의 구석을 내보이는 일 같아서, 어쩐지 많이 부끄럽습니다. 그저 쓰이는 시를 써 놓을 뿐, 시가 남긴 이야기에는 구석진, 모난 내가 조금 더 묻어있을까 봐 차마 보이진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시가 쓰이고 브런치가 있는 이런 시간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빠져들 수 있음에. 


밤이 물들이는 감성을, 막내가 질투하듯 자꾸만 방해합니다. 

어쩌면 내일 아침이면 후회할지도 모를 이 글은, 그래도 이런 날이 아니면 쓸 수 없을 것만 같아 남겨둡니다. 사랑스러운 계절을 브런치가 더 빛나게 해 주었음을 기억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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