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그냥
나에게 글 쓰는 채널이 세 군데가 있다. 블로그, 오도독 문집 모임, 그리고 브런치.
2020년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여러 방식으로, 여러 형태로 글을 남겨두는 공간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위 세 가지인데, 글의 느낌이 모두 다르다.
블로그는 2017년 6월이 지난 어느 날 시작했다. 둘째 임신 중의 말로 표현 못할 답답함을 풀 곳이 필요했다. 막연하게 블로그가 떠올랐고 그렇게나 막연하게 시작했다. 블로그에는 정말 날 것의 활자가 춤을 추고 돌아다닌다. 글이라고 표현하기 민망할 정도의 감정의 배설들이 그대로 묻어있다. 그래서 비문이 넘쳐난다. 그럴 수밖에, 의식의 흐름대로 써재꼈으니. 그런 글이라도 블로그에 글을 남긴 날은 유난히 더 단잠을 잤다. 절대적인 한 가지 흠이라면, 남편 향한 스트레스 풀려고 하는 블로그인데 남편이 그 존재를 명명백백하게 알고 있다는 것. 칠칠치 못한 나를 탓해야지 어쩌겠는가.(눈에서 물이...)
오도독은, 동네 책방 프로그램 중 하나로 문집 발간 모임이다. 오도독(吾道讀), 네이밍을 내가 했다.(굳이 밑줄 쳤다.) 우리의 길이 되어주는 독서. 혼자 뿌듯하다. 19년 동네 도서관 책 읽기 모임이 20년 책방의 글쓰기 모임이 되었다. 철저하게 책방 선생님의 계략이었으나, 우리 모두 흔쾌히 계략에 넘어가 주었다. 매주 한 편씩 글을 쓰고, 소재와 장소 글쓰기, 그림책과 일반 책 리뷰 이런 주제로 한 달을 채워나간다. 분량이 적어 부담이 크지는 않으나, 육아하며 매주 글을 제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글 쓰는 작업은 늘 즐겁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오도독은 나의 일상에 중요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브런치는 이 중에 그나마 가장 정제된 글을 담을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글다운 글을 쓰고 싶을 때가 있는데, 브런치가 그 역할을 맡게 될 것만 같다. 글 쓰는 채널 중 가장 묵직한 느낌을 가지면서, 가장 정갈한 기분을 갖게 하는 곳이다.
나는 왜 이리도 쓰려고 할까. 남기려고 할까.
돈도 안 되고 시간만 잡아먹고 머리 아프기만 한 이걸 못해서 안달이 나는 걸까.(지금도 아이들 깰까 봐 최대한 조용히, 건조한 눈에 더 힘을 주고, 남편이 알아차릴까 조마조마하며, 내일 아침엔 분명 후회할 테지만 이러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나를 남기고 싶어서,
내 마음속 엉킨 실타래를 풀어놓고 싶어서,
내 마음의 분리수거,
스트레스 해소용,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관종이라서,
결혼 후 잃어가는 내 모습을 찾아오고 싶어서 등등.
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글을 쓴다. 그래도 도무지 진짜배기 답은 아닌 것만 같은 기분이 계속된다.
이것 이상 깔끔한 내 안의 답을 못 찾겠다.
일상의 눈길 가고 손 가는 모든 것에서 활자들이 둥둥 떠오르는데, 거기에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단 말인가.
어떤 때는 시로, 어떤 때는 수필로 자꾸만 생성되는 활자들을 잘 나열하고픈 맘, 그것뿐이다.
대부분은 휘발되고 말지만, 어떤 활자들은 응고의 시간을 기다리다 지쳐 머릿속 한 자리를 차지하고 만다. 메모리가 다 되면, 결국엔 글로 풀어내야 한다.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블로그나 오도독용이나 브런치에 끄적이면 될 일이다.
타고난 글쟁이라거나, 글이 너무 좋아서라거나 이런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일상의 활자화'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해내야 하는 사람이라, 그렇게 하겠다는 이야기이다.
브런치의 모든 글들은,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어쩌면 정말 별생각 없이) 써내려 질 예정임을 미리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