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는 70년 인생을 건네주셨다
자야 한다. 머리가 띵하다. 심각한 거북목 때문에 안 그래도 두통과 이명과 눈 침침을 달고 사는데, 절대적 수면 부족으로 인해 일상이 힘겹다. 버겁고 먹먹하다. 그래도 정신 차려야 한다. 이 집에 나와 첫째 딸과 둘째 딸, 셋째 딸 뿐이기 때문이다. 몸의 버거움은 차치하고서라도 마음의 버거움이라도 털어내 보고자, 또 노트북 앞에 앉았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절대적으로 잠이 필요한데, 그 잠을 걷어내며 또 자판을 두드린다. 내일은 후회하겠지만, 마음은 가벼워지겠지. 후자의 선택이 내겐 더 절실한,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나는 나 자체로 살아내기도 바쁜 사람이다. 찬란한 게으름, 변명 같지만 이렇게 이름 붙이고 싶다. 나를 위해 살기 적합하게 태어나 온전히 나로 살기 위한 순간들을 행복해하는, 티 나지 않는 게으름. 티 나지 않을 수밖에, 나는 나를 위해서는 열심히 살아내니까. 그래서 '희생'과 같은 고귀한 단어와 결이 맞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