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약속을 사고파는 일
‘계약’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법률 문서나 두꺼운 서류철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사실 계약은 일상 속에 늘 있습니다.
커피를 사거나 버스를 탈 때, 돈을 내고 그 대가를 받는 순간에도 계약이 성립합니다.
그렇다면 공공계약은 무엇이 다를까요?
공공계약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같은 공공기관이 세금이라는 공적 재원을 써서 체결하는 계약입니다. 법적으로는 “2인 이상의 당사자가 청약과 승낙을 통해 성립하는 법률행위”라고 정의됩니다. 결국 민간계약과 구조는 같지만, 공공의 돈을 쓴다는 점에서 훨씬 무겁습니다.
공공계약은 대부분 쌍무계약(도급계약)의 성격을 띱니다. 발주기관은 과업을 요구하고, 계약상대자는 그 과업을 수행한 뒤 대가를 받습니다. 즉, 서로에게 의무를 지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거래하는 것이 이미 존재하는 물건이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 ‘작업’이라는 점입니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을 약속하는 순간, 불확실성이 생기고 분쟁의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집을 짓는 일을 생각해 봅시다. 직접 짓는 것이 꿈인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 해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결론은 같습니다. “제발 하지 마세요.” 공사 중 설계가 바뀌고, 예산은 늘어나며, 시공자와 갈등은 반복됩니다.
공공계약의 도급계약도 이와 비슷합니다. 과업은 약속되었지만,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가 생기고 그 책임을 둘러싼 다툼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공공계약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꼭 필요합니다. 세금을 쓰는 과정에서 합법성·공정성·투명성을 지키고, 발주기관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법은 제동을 걸어둡니다.
쌍무계약의 불완전성을 관리하는 것이 곧 행정의 역할입니다.
“해야 할 일을 약속하고, 그 대가를 주고받는 것.”
다만 그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훨씬 더 신중하고 정밀해야 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