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혼자 제주도에 갔어요
사랑이 없어진 것일까. 그냥 힘들었던 것일까. 그냥 조카와의 육아에서 잠시 떨어지고 싶었나. 언니와 거리를 조금 두어야 된다고 느꼈나. 그랬던 걸까.
이모는 혼자서 제주로 훌쩍 떠났다. 그것도 1박 2일로. 딱 24시간 있다가 왔다. 김포에서 화요일 새벽 6시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아침 7시 반경에 도착해서는 다시 그 다음날 수요일 새벽 7시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도착시간은 8시 경이었다.
미워서 그런 건 아니야. 그런데 그냥 힘들었나봐. 너무 힘들었나봐. 사실 함께 있을 때 조금 마음이 멀어진 느낌이라 비행기 예약하던 여행 약 열흘 전에는 다 때려치고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이었지. 그냥 그 짧은 순간이라도 혼자 오롯이 도피하려는 마음이 있었나봐. 웃기는 것은 여행 갈때즘 되니 다시 나와 조카 사이 그리고 나와 언니의 사이도 좋아졌다는 것.
상황이 말이지 웃기긴 했다. 제주에 가서는 언니에게 카톡을 했고, 언니가 답변이 없어서 걱정이 되어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청소하고 있었다는 말에 안도했다. 기념품 샵에 들러서는 언니가 좋아할만한 메밀꽃이 그려진 하늘색 노란색 조화가 잘된 노트를 골랐으며, 조카가 좋아할 만한 스티커를 고르느라 한참을 시간을 보냈다. 이호테우 해변의 말이 그려진 빨간색 도장을 골랐다. 월정리 바다 사진을 찍으면서 언니에게 보내주고 싶다고 생각했으며, 혹여나 언짢아 할까 보내지는 못했다. 비가 조금 오고 흐린 날이었고 원래 바다만 보기로 하고 온거여서 딱히 할 것도 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뭔가 어딘가 가고 싶지가 않았다.
생각하고 있어. 계속 생각하고 있어. 아마도 혼자 가니까 오히려 쓸쓸했던 것 같기도 하고 다시는 혼자 가지 말자 하고 생각한 것 같기도 하다. 혼자 있다보니 조금 긴장도 되었고 배도 아프고 했다. 그래서 두 번째 들어간 카페에서는 따뜻한 연두색? 연노랑? 빛깔의 청귤차를 마셨다. 어딜 다니든 조카와 언니와 다니는 것이, 가족들끼리 다니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며 그제서야 그리워졌다. 그런데 그냥 비행기 예약할 때의 마음은 어떻게든 피하는 도망자의 심정이었다. 왜 그랬을까.
비행기를 아직 못 타본 조카. 돌아와서 조카에게 면세점에서 산 라이언인형을 주면서 빨간 이호테우 말이 그려진 도장을 주면서 나는 뭔가 조카한테 미안했다. 비행기 타보고 싶다고 하는 조카를 두고 혼자서 도피하듯이 여행을 다녀온 내가, 아빠도 아닌데 엄마도 아닌데 괜히 마음이 찔렸다. 나중에 함께 비행기 타고 여행가자고 해놓고 그렇게 도피성 여행을 다녀온 내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짠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혼자서 도망치듯이 갔다오고나서 여행지에선 내내 조카 널 생각한 나. 웃기는 짬뽕이다 진짜.
다음에는 조카야. 이모가 돈 많이 벌면 조카 데리고 같이 놀러갈게. 그 때는 그렇게 가보고 싶어하는 외국 같이 가보자. 가까운 일본이라도. 정말이야. 조카비행기는 이모가 꼭 끊어줄게. 꼭 데려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