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에게 보내는 편지
조카는 어리지만 내 사랑이고 어쩔 때는 아픔이고 또 다른 면에서는 웬수 바가지이며 역시 귀요미는 귀요미인 듯한 느낌적 느낌.
그런데 말이지. 왜 조카가 나에게 요즘에 그렇게 섭섭하게 구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조카는 때때로 나에게 폭력-_-;을 행사한다. 어린 녀석이 주먹으로 내 등짝을 때리거나 그런다.
언니와도 왜 이런 행동을 보이나 이야기를 많이 나눠봤다. 그랬더니 언니는 내가 조카에게 관심을 주는 것보다 언니에게 더 신경을 써서 그렇지 않을까하고 넌지시 생각을 전해줬는데...... 다른 이모들은, 그러니까 언니 친구들 같은 경우 놀러오거나 하면 언니보다는 조카에게 더 집중해서 놀아주는데 나는 언니에게 포커스를 맞추니까 그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래서 나는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더 신경을 써서 놀아줘야겠다고 생각을 한 뒤 오늘 실행에 옮기는 걸로~
일단 치킨을 사줬다. 왜냐하면 기분파인 이모는 기분이 좋았으니까. 왜 기분이 좋았나했더니 뭐 이런거다. 조카가 수업을 듣고 난 뒤 내가 선생님과 상담하는데 그때 선생님께서 조카 칭찬을 많이 하셨기 때문이다. 집에 와서 치킨 먹이고 나서 조카와 가위바위보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고, 이자식이 놀이(?잉 하시는 분이 있을 텐데 망태할아버지놀이라고 보면 된다. 음...망태할아버지 놀이도 잘 모르겠다면 그냥 귀신놀이라고 보시면 된다. 하핫. 조카한테 이자식이~이러면서 말을 안들으면 망태할아버지가 잡아먹을테다!! 이러면서 겁주면서 쫓아다니는 놀이임. 놀이인지 뭔지 무서운건지 재밌는건지 어쩐지 몰라도 엄청 즐거워함;; 그런데 나도 그랬다. 아빠가 검은 봉지 얼굴에 쓰고 쫓아오는 귀신놀이 하면 그걸 제일 재미있어 했음. 유전인가?;;)
어쨌든 조카 치킨도 먹이고 오늘은 조카랑 단 둘이 있을 때 나 인터넷 강의도 안 들었으니 진짜 잘 놀아준 날이다 이러고 혼자 뿌듯해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러는 것이다.
“이모는 너무해.”
그래서 나는 뭐가 너무하냐고 황당해하면서 물었다. 그러나 조카는 그 뒤로 더 말은 없었다.
나는 항변하는 수 밖에... 이정도면 이모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라고 말이다. 수업도 데리러 가고 또 수업 들으러 데리고 갔다 오고 이마트 구경 다 시켜주고 꽈배기 사 먹이고 이모도 어쨌든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것을 하고 있다고.
뭐가 문제였을까. 어쩌면 언니랑 좀 다툰 날 그 말을 들었나.
내가 조카의 아빠는 아니라고, 내 자식이 아니라서 나는 그만큼 책임을 질 수는 없다고 선 긋듯이 말하는 그걸 조카가 들었나.
그러게. 이모가 그냥 기분 좋을 때만 잘해주나 봐. 이모가 이기적이어서 그러나봐. 어쩌면 너도 그냥 글쓰는 소재의 한 부분인가 그런 정도로 사랑하나 그런 나쁜 마음도 이제와서 들어. 그런데 조카야. 그거 아니. 내가 너에 대해 글을 쓴다는 거 자체로 내가 너한테 마음 쓰고 있다는 그 사실을 아니. 자식이 없는 내가 그래도 학원 짬밥도 몇 년 되는 내가 만난 모든 아이들 중에서도, 그래도 가장 사랑하는 아이는 너라는 걸 알까 혹시. 다섯 살 어린 마음에 못 박은 거 같은 생각이 이제와서 들어버리니까 진짜 속상한 이모는, 나에게 받은 상처가 도대체 어떤 건지 짐작도 못하겠는 이모는 이제와서 혼자 마음이 아픈데. 철부지같은 이모는 계속 너를 사랑할건데. 그런 마음 아니 조카야.
내리사랑이라는 것은 내리사랑이고 너가 스무살 이후가 되면 어쩌면 날개를 훨훨 펴고 너도 네 꿈 네 사랑 찾아 이모랑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먹해질 지도 모르는 너를... 그렇게 멀리 갈 필요도 없지. 그냥 사춘기 때만 돼도 너가 그럴 수 있는데 그냥 그 생각에 벌써 이모는 마음이 먹먹한데. 그냥 그런 마음은 하나도 모르겠지. 그럼에도 너를 사랑할 건데 그건 모를테지 너는.
조카야 이모가 경솔히 말한 거 다 미안하게 생각해.
대신 이모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다 사랑을 주고 있다는 것은 네가 좀 알아줘. 훗날 이걸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그리고 이모가 비밀로 쓰고 있는 이 글들을 너가 읽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언젠가 혹시라도 되면, 그 때는 이모가 너를 엄청 사랑하고 있는 걸 그걸 알아줘. 이모가 괜히 감상적인데 밤이라서 그런가봐. 진짜 이모가 앞으로 더 잘해 줄거야.
미안해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