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와의 순간들(1)

택시를 타고 풍경을 바라본 적이 있으세요?

by 미카

조카와 택시를 탄다. 감각통합, 인지수업을 듣고 오는 날이면 날마다 택시를 타고 집에 온다. 나는 부끄럽지만 운전을 할 줄 모르고, 택시야말로 빠르게 어딘가 오갈 수 있는 방법으로 최적이기 때문. 게다가 이제 조카는 택시 타는 맛을 알았는지 늘 버스 대신 택시를 타고 싶다고 말한다. 수업을 듣고 오는 그날 따라 하늘에 특이한 구름이 있었다. 노을이 지고 있었고, 그 옆으로 새우를 닮은 구름 하나가 있어서 바라보면서 조카에게 뭘 닮은 것 같냐고 물으면서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녀석은 말이 없었지.


조카는 택시를 타고 오는 길에 '어 스타벅스다'라고 했다. 나는 초록색 인어 로고를 보고 스타벅스라는 것을 인지하는 녀석이 신기하기도 했다. 또 다른 면으로는 '스타벅스가 로고를 정말 잘 만들었구나'라고 생각했다. 조카에게 물어보았다.

'스타벅스 로고는 무슨 색이야?'

'초록색.'

'그럼 스타벅스 로고에는 누가 그려져있어?'

'예쁜 누나.'


풉. 나는 예쁜 누나라는 말에 웃음이 살짝 나왔다. 그리고는

'저거 사실 인어야. 인어가 뭔 줄 알아?'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조카는 아무말도 없는 것이다. 녀석의 주특기. 모르면 절대 대답 안하기. 아무 대답도 안하기. 대화가 갑자기 흐름을 잃고 방황하는, 그 적막을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그런 막막함. 혹은 슬픔.


그래서 나는 가르쳐줬다.

'인어는 반은 물고기고 반은 사람이야. 그런 존재야. 위에는 인간, 밑에는 다리가 아니라 꼬리가 있어. 은찬이는 물고기야 인간이야?'


인간이라는 말이 너무 어려웠나 조카는 대답이 또 없었다. 이렇게 가끔 대화가 끊긴다. 나는 그래서 그럴 때마다 대화의 빈틈을 막기 위해 녀석이 잘 말할 법한 이야기를 한다. 1더하기1은? 그럼 녀석은 바로 2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다시 대화를 할 수 있다.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아는 것인데도 말하기 싫은 것인지 때때로 대답을 안하는 녀석. 나는 녀석에게 모르는 것은 그냥 모른다고 말을 하면 된다고,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는 법이고 이제 배우는 너는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말해준다. 그럼 안심이 된 것처럼 가끔은 정말 어떤 질문에 침묵이 아닌 모르겠다는 대답을 하기도 한다.


조금 더 대답을 유도해 내려고 조카가 말하는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킬 방향을 연구한다. 어떻게 하면 조카는 그냥 나와 티키타카 하면서 이야기할까. 자동차 장난감을 줄 세우며 때로는 자동차를 들고 열심히 쳐다보며 주차연구를 하는 너는 나와 완벽히 소통하는 날이 언젠가는 있을까. 어쩌면 그 '완벽한 소통'이라는 것도 모든이에게 환상으로 가득찬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지. 이것저것 생각이 많은채로. 너를 바라보면서. 녀석에게 하늘을 보게 하고 택시에서 내리는 저녁 어느날이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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