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그렇게 읽기 싫더냐...

조카와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by 미카


조카와 책 읽는 것은 힘들다. 은찬이가 책을 너무나 싫어하기 때문. 책을 읽는 것을 공부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긴 나도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닌데 조카한테 너무 강요하나 싶기도 하다. 다만 언어선생님께서 ’하루에 한 권 정도는 읽어주셔야 된다’고 이야기를 하셔서 그걸 어제부터 지켜보려했다. 그러나 그것은 무참히 깨져버렸다.


다른 아이들도 이렇게 책 읽는 것을 싫어하나 싶다. 잠깐 영어도서관 사서로 근무했던 영어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책을 꽤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은찬이 나이대의 아이들도. 그러니까 5세다. 책을 고르는 것도 좋아하고 책 보는 것도 좋아하는 그런 아이들만 보다가 은찬이를 보면 힘 빠질 때도 있는 게 사실이다. 책을 읽어 주고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고도 싶은데 그런 상호작용은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은찬이를 혼냈다기보다는 아마 싸웠다고 하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이 날, 같이 닭꼬치를 나눠먹고 집에 와서 과자도 먹었다. 그러면 한 권 읽기로 약속했으니까. 한 권 읽기로 약속했으니 같이 읽자고 하는데 생떼를 부리는 것이다. 도저히 책을 함께 읽는 것은 익숙하지가 않다. 내가 읽어 준 책이 정말 한 손가락으로 꼽는다. 언니 집에 살기 시작한 게 한 5개월정도 되었으니 한 달에 한 권 읽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나도 어느 정도 육아를 담당하고 있으니 언어발달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아이를 제대로 케어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어떻게 하면 부족한 부분을 메꿀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사단이 난 듯.


그런데 오늘 아침에 생각을 해 봤다. 이 정도로 울 정도로 책 읽는 것을 싫어하는데 이것도 하나의 폭력은 아닐까 하고. 아이가 말을 잘 하고 제대로 성장하는 것을 지향해야 하는 것은 맞는데 책을 이 정도로 싫어하는데 말이지. 내가 푸시만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언니는 나에게 그렇게까지 강압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렇다. 그냥 은찬이가 성인이 되어서 한 사람의 몫만 해내도 괜찮을 것이다. 어쩌면 은찬이한테 무리한 것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은찬이 페이스에서는 이게 너무나도 힘든 일일 수도 있는데 그것을 이해 못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어쩔 때 보면 너무 말도 잘하고 그래서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안 하는 느낌이 드니까 푸시하게 되는 것이다. 참. 은찬이도 마음이 힘들겠어.

그래서 옷깃에 가랑비 젖듯이. 하루에 한 쪽 씩만 읽어주기로 했다. 그랬더니 은찬이도 듣는 것 같다. 오늘 집어 든 책은 “꽃의 요정 루루” 내가 보기엔 그림도 너무 예쁜데 은찬이는 질색팔색이다. 그래도 한 쪽을 읽어줬다. 루루가 아침에 늦잠을 자서 꽃을 사러 온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장면. 누가 늦잠을 잤어? 누가 꽃을 사러 왔어? 루루가 언제 늦잠을 잤지? 물론 은찬이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듣기는 했으니 하겠지. 그래서 나혼자 아 루루가 늦잠 잤구나. 친구들이 꽃을 사러 왔네. 루루가 아침에 늦잠 잤구나 하고 혼자 대답하기는 했다.


아. 그리고 언니가 한 마디 덧붙였다. 니가 스트레스 받을 일도 아니라고. 그렇다. 내가 스트레스 받을 일이 아니다. 그냥 나는 여기에 조금의 도움을 주러 온거지 내가 엄마나 아빠도 아니다. 그냥 은찬이가 뛰어댕기고 극성맞고 점프 좋아하고 도파민 팡팡 터지는 귀신놀이를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는 점이 나랑 조금 닮았다고 해서 나는 그 애의 이모지 엄마가 아니다. 그 거리를 어쩌면 내가 조금 잊고 있던 것 아닐까. 게다가 이 아이도 아직 어리지만 살아가는 방식이 있을텐데, 라는 생각도 든다. 아니 그렇지만 그러기엔 너무 어려서 살아가는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 게 맞는데-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그냥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지 여전히 고민이다. 그냥 즐겁게 은찬이 앞에서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루루 이야기를 읽어봐야겠다. 그럼 녀석도 귀엣말로 들리는 거라도 있겠지.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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