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살아남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야.
사실 롯데타워 가는 길에 나는 몸도 안좋고 컨디션이 안 좋았다. 그리고는 조카를 아침부터 나오는 길에 혼냈다. 은찬이가 버릇없게 행동하자 나는 엄하게 이야기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강도가 높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랬더니 잠실롯데타워가는 내내 조카는 이모가 싫다고 이야기했다. 이모가 싫다고 싫다고 그렇게나 이야기하는 것이다.
싫으면 꼭 혼자 알지 내가 알아줬으면 하나보다. 본인이 나를 싫어한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녀석의 마음은 갈대처럼 여린지라 싫은 것도 아니고 섭섭한 것을 언어로 다 표현못해 이렇게 말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어리고 여린 녀석이라 그게 사실일 것이다.
‘그러다 이모가 안오면 어떻게해’ 라고 말하는 언니의 말에는 녀석은 이모가 안오는 것은 싫다고 말한다. 그래서 '옆에 두고 이모를 괴롭히고 싶은 심리인가' 하면서 언니랑 웃어넘기기는 했지만 그날따라 몸 상태가 안 좋았기 때문에 나도 녀석에게 좋은 소리가 나가지는 않았다.
잠실타워에 언니,엄마,조카,나 이렇게 넷이 간 거였는데 가서 사진도 여러개 찍었다. 아버지는 함께하지 않았다.
몸이 안좋은 아버지는 더 이상 집 밖에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쩌다가 이발은 하러 나가시는 것 같기는 한데, 집에서 거의 씻지도 않으시고 침대에 누워계신다. 삼시세끼는 다 찾아드시니 그런가보다 하지만 우울증이라고 본인은 말씀하시는데 어찌해야하나 싶기도 하다. 우울증이실까 정말. 우리 상황을 보니 우울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30년 넘게 부양해서 키워놨더니 저모양 저꼴로 살아가기밖에 못하는 두 자녀를 보시고 속이 터지시는걸까.
그렇다면 나는, 언니는 오죽할까. 나는 오죽할까. 내 심정은 말이다. 지켜보시는 입장과 그걸 이미 스스로 겪는 입장은 어떠할까말이다. 오히려 내가 앓아누워야 할 것 같은데. 우울증은 내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만 아빠의 입장도 아빠의 입장이겠지. 라고 생각해본다. 우울증이라 하시니까 당연히 인정 받고 잘 케어가 되어야 싶다가도, 삼시세끼 다 챙겨드시고 힘이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왜 나는 가끔 속이 터지겠는지 모르겠단 말이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의 심정도 가끔은 이해가 되고 말이다. 인생이란 어찌 이런지 모르겠단 말이다.
각설하고 조카와 롯데타워에 가서는 여러 가지 사진을 찍었다. 조카는 겁도 없이 유리데크에 서있었다. 나는 무서워서 절대 투명유리위에는 올라가지 않았다. 그리고는 나는 언니한테 엄마한테 말했다. “오래 살고싶어요”라고 말이다. 정말이다. 이 생에 대한 나의 집착은 조금 특이할 정도인데 살아남고 싶어하니까 여태까지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생에 대한 집착이 유치한 것일지 아니면 치졸해보일지 몰라도 그 생에 대한 사랑, 광기 같은 것 때문에 지금까지 나는 살아남았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냥 그뿐이다. 그리고 조카를 보면서 생각했다. 마음이 갈대같은 이 아이. 마음이 갈대처럼 왔다갔다하는 이 아이. 너는 생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사랑을 가지고 있니.
덧붙여서 네가 온전히 살아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너의 주어진 생의 그 끝까지 말이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었으면 하는 마음. 누군가 온전히 살아가주었으면 하는 마음. 그것이 사랑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내가 너를 미워하면서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는 때로는 궁금하지만 그럼에도 은찬이 네가 온전히 살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