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최하위

귤까주는 기계, 이모입니다.

by 미카


조카녀석은 어제도 나한테 혼났다. 녀석에게 서열 꼴찌는 나다. 엄마는 1등 은찬이는 2등 그리고 이모가 꼴등이다. 뭘해도 그렇다. 엄마가 신발을 제일먼저 신되, 이모는 자신보다 신발을 먼저 신으면 안된다. 그런 모양새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서열 최하위인 이모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그렇지만 이렇게는 놔두면 안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지 나도. 그래서 귤을 달라고 ‘귤’이렇게 말하는 녀석한테 ‘귤 주세요’ 하라고 했다. 귤 주세요 안하면 귤 안까줄거라고 말이다. 게다가 손에 있던 귤을 말도 없이 낚아채가는 녀석에게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엄하게 말했다. 그렇게 말했더니 쿨쩍쿨쩍거리고 저쪽에서 이모싫어! 이러고 있는거다. 그래도 어쩌겠니말이다. 나도 딱히 귤을 안줄려고 그런건 아니고 그냥 예쁘게 말해야지 귤을 주고 싶지 이 말이다.


내가 귤까주는 기계도 아니고 귤까주는 하녀도 아니고 짜식아. 내가 상전 모시고 산다지만 그래도 대접은 해줘야 되지 않겠냐. 그런 마음으로 잘 훈육을 시켰다. 그랬더니 마지막에 내가 ‘귤 주세요‘ 하는 거야 하고 녀석도 알았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 내가 안아주는데 녀석이 폭풍눈물을 시전한다. 무슨 눈물일까나. 서열 3위에게 복종하는 서열 2위의 분함인가말이다. 애초에 서열정리가 안돼서 이런 사단이다. 이모가 너무 오냐오냐 받아줬나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리고 녀석은 일하고 엄마가 밤에오자 그걸 또 갖다 일러바쳤다.

그걸 앞뒤 다 잘라먹고 이렇게 말한다. ‘엄마 이모가 화냈어요.’ 그래서 나는 또 앞뒤 잘린 얘기를 두고 설명한다.

'아 내 손에 있던 귤을 낚아채가서 내가 훈육좀 했어.' 그렇게 말이지.

에휴. 조카야. 은찬아. 너 진짜 어떻게 할래. 괴롭히고 싶은 이모 나중에 진짜 다른데로 가면 너 심심해서 어떻게 할래. 짜식아 말이다. 그건 싫다며 너. 이모 딴데 가는 거는 싫다며. 그러니까 우리 좀 잘 맞춰서 지내자. 이모는 이런 너도 예쁘니까 말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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