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눈을 뜨니 9시가 훌쩍 넘었다.
잘 잤다 싶다.
가는 주말이 아쉬워 새벽 2시쯤 잠들었으니
그리 오래 잔 것도 아니다.
주말이나 휴일에도 늦잠을 자지 못하는 편이었다.
아무리 침대에서 오래 뭉개고 있으려 해도 해 뜨는 6시면 어김없이 눈이 떠졌다.
간혹 늦게 일어나는 날도 있었지만, 그때의 죄책감은 상당히 컸다.
한심하게 시간을 날려버린 것만 같아, 하루의 시작을 자책으로 열곤 했다.
일어나 딱히 할 일이 있던 것도 아니면서, 늦었다 좌절하며 애써 기분을 망쳐버렸다.
많이도 변했다.
아무 때고 눈을 떠도, 이젠 나를 꾸짖지 않는다.
‘잠이 많아졌구나, 피곤했구나, 이만큼 잠이 필요했나 보다.’
그리 여기고 쉬이 넘어가 버리고 만다.
이렇게 별것 아닌 일을,
왜 그리 스스로 괴롭히며 살았을까.
요즘은 낮잠도 꽤 자주 잔다.
맥락 없이 잠이 올 때면 그냥 그 자리에 누워 잠이 든다.
짧게는 몇 분, 한정 없이 길어지면 몇 시간까지도.
예전의 내가 봤다면, 기막혀 혀를 차겠지.
자야 하니 잘 테다.
그동안 못했던 밀린 잠을 자는 걸지도,
길었던 불면의 시간을 이제야 차곡히 채워나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편하게 마음을 가져본다.
쉽게 잠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오늘도 푹 자고,
개운한 월요일을 맞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