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정이와 산책을 했다.
산책을 좋아하는 정이는 웬만해선 밖에 나가지 않는 나를 의아하게 볼 때가 왕왕 있다.
매일 산책을 나가는 그가 더 신기하다.
제법 잘 걷는다. 마음먹고 걷기 시작하면 끝을 보는 편이니까.
그럼에도 현관문을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게으름이지 뭐.
가장 고된 관문은 옷을 입는 과정인데, 나는 옷을 잘 못 입는 것 같다.
무엇을 입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옷장 앞에서 망설이는 시간이 길어지다 심통이 나고, 이내 포기한다.
보는 눈은 있어, 이상한 조합은 또 눈에 띈다.
내겐 적절한 어울림을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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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넛마을에 작은 공원이 있어, 그리로 향했다.
전날에도 잠깐 들렀던 곳이지만, 빈 속에 저녁시간이 한참 지나 오래 머물지 못했다.
제법 날씨가 더워져 반팔 차람의 사람이 많았고,
뜨거워진 공기만큼 모든 공간이 느긋하게 늘어져 있다.
우리도 분위기에 맞춰 찬찬히 걷는다.
조금 전 먹고 온 당근 케이크로 배가 볼록해져, 간간이 뜀뛰기도 했다.
길을 걷다 세상에서 제일 많은 개미떼를 목격했고, 자리에 앉아 그들을 관찰했다.
무슨일이라도 난 듯, 개미떼는 얽히고설켜 분주하게 움직인다.
처음 본 장면에 호기심이 동했지만, 오래 보고 있으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정이는 개미 사진을 몇 장 찍었고, 휴대전화 카메라는 꽤 성능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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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추운 계절이 지나갔으니 자주 산책을 나오자 했다.
길가에 핀 토끼풀을 주워 반지를 만들어 선물한다.
거친 정이의 손이 오늘도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