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의 늪에 빠진 나
2020. 5. 5. 기록
성격이 급하다.
몰랐던 이 부분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도드라져 어느 순간 알아채게 되었다.
빨리빨리 처리하고, 빨리빨리 끝을 내야한다.
생각난 것이 있다면 얼른 행하고 싶어 발을 동동 굴리고,
한 가지 생각에 머물러 다른데 주의가 산만해진다.
어제는 이 성급함이 정점을 찍은 날이다.
급한 성격은 간혹 지나친 과감함을 불러와, 하루를 후회하게 한다.
모든 일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선 굉장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최대치로 집중해야 짧은 시간 안에 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으니까.
하고자 했던 모든 과업을 단시간에 해내야 '빨리 끝냈다.'의 영예를 차지할 수 있다.
속도만 빠를 뿐 과정이 엉성하고 빠진 데가 있다면, 그저 허겁지겁 처리한 것에 불과하다.
딱 어제가 그랬다.
되는대로 모든 일을 과감히 해치웠고, 마무리엔 '에라, 모르겠다.'라는 안일함이 있었다.
결국, 결과가 처참했다.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그동안 꽤 열심히 해왔던 모든 행위를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바보 같아 자책 중이다.
자책조차 급하다.
그럼에도 조급함은 어딜 가지 않는다.
늦은 저녁, 집에 오던 길, 역시나 빠르게 걷고 있었다.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렸고, 액정에 여러 개의 금이 가더니 터치마저 되질 않는다.
'수리가 필요하다.'
여기에 꽂혀 잠을 자지 못했다. 공휴일이라 내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예전에 쓰던 휴대전화에 유심을 갈아 끼우니 쓸만했다.
그다지 불편함이 없음에도, 나는 당장 수리가 하고 싶어 가슴이 답답하다.
말도 안 되는 조급함이 나를 못살게 군다.
고쳐먹으려 몇 번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는다.
'빨리빨리'가 딱 맞아떨어졌던 몇 번의 쾌감 때문일까.
조금만 더 여유를 가져보자. 느긋하게.
타자도 좀 천천히 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