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하는 팀이 졌지만 잘 싸웠을 때 팬들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따뜻하게 위로한다. 반대로 이겼지만 못 싸웠을 때는 냉철하게 비판을 하기도 한다.
‘이못싸(이겼지만 못 싸웠다)’만큼 최근 주제 무리뉴 감독을 향한 비판을 오롯이 담아낼 표현이 또 있을까. 지난 주말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2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를 맞아 홈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최근 토트넘의 전력과 기세를 따져봤을 때, 경기를 승리로 이끈 무리뉴 감독에게 찬사가 쏟아지는 것이 마땅해 보였으나 맨유팬들은 경기 결과에 썩 만족스럽지 않아 보였다.
올 시즌 맨유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그야말로 ‘짠물 수비’를 선보이고 있다. 10라운드 기준 실점은 단 4골에 불과한데, 홈 5경기에서 15골을 넣는 동안 단 한 골도 실점하지 않았다. 득점 부문에서도 맨유는 1위 맨체스터 시티(35골) 다음으로 많은 골(23골)을 넣고 있다.
수치로만 따지면 공·수에 걸쳐 나무랄 곳이 없을 정도로 균형 잡힌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맨유. 그러나 맨유팬들은 맨유의 성적이 아니라, 라이벌 관계를 형성 중인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줄곧 수비적인 전술로 일관하는 무리뉴 감독의 전술 운용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지난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리버풀과의 ‘노스웨스트 더비’서 맨유는 엉덩이를 뒤로 빼고 수비에 치중했다. 결과는 0-0 무승부. 원정팀들의 무덤인 안필드에서 승점 1점은 나쁘지 않은 결과였지만, 맨유팬들은 숙명의 라이벌인 리버풀을 상대로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펼친 것만으로도 자존심이 상했을 터다. 지난 주말 토트넘 역시 맨유와 마찬가지로 스리백을 가동하며 수비를 신경 썼지만, 이 경기에서도 토트넘이 맨유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며 경기 주도권을 쥐었다.
세간의 비판과는 달리, 과거 맨유에서 명성을 떨쳤던 게리 네빌은 자신이 패널로 활동 중인 영국 스카이스포츠의 ‘먼데이 나잇 풋볼’에 출연해 무리뉴 감독을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에 빗대며 “무리뉴 감독은 좀 더 존중받아야 한다”고 무리뉴 감독의 전술 운용을 치켜세웠다.
메이웨더는 탄탄한 방어를 바탕으로 카운터를 노리는 전형적인 ‘아웃복서’다. 지난 8월 UFC 코너 맥그리거와의 대결을 승리로 장식한 메이웨더는 50승 무패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남기며 명예롭게 은퇴를 선언했다.
현역 시절 메이웨더는 어깨를 높게 세워 펀치를 방어하는 이른바 ‘숄더 롤(Shoulder Roll)’로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하며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화끈한 타격전을 기대하는 복싱팬들로부터 “지루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네빌은 “리버풀의 클롭 감독과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은 아름다운 공격축구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은 메이웨더를 닮았다. 토트넘전이 끝나고 무리뉴 감독이 검지를 입에 갖다 댄 건 ‘내 방식대로 승리하겠다’는 제스처였다”며 지지를 표했다.
메이웨더의 아웃복싱이 그가 만들어낸 결과 앞에서 재평가되는 것처럼, 무리뉴 감독 또한 결과로 증명할 수밖에 없다. ‘스페셜 원’ 무리뉴 감독이 자신의 축구철학으로 일궈낸 '결과'로 세간의 비판을 ‘녹다운’ 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7년 10월 31일자 베프리포트 해외축구 기사 갈무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