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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원 Apr 28. 2018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등 / 정일원


중력에 의해 박제된 등이여

너는 언제부터 그렇게 게을러진 것이냐


한때는 누군가의 앞에서

이정표가 될 것처럼 의기양양하지 않았더냐


등아, 난 널 한 번도 정면으로 마주한 적이 없지만

네가 얼마나 우직한 녀석인지 잘 안다


그러니 등아, 이제 다시 기립하자

지면과 평행이 아닌 수직을 이루자


예전처럼 나아가기 위해 밀어달라 하지 않겠다

다만 내가 너의 등이 되지 않도록 잡아주었으면 한다


중력에 의해 고꾸라지고 있는 나를




[정일원의 MP3] 영화(Movie)를 시로, 시(Poetry)를 삶으로, 삶(3·Life)을 영화로 깨작이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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