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 정일원
중력에 의해 박제된 등이여
너는 언제부터 그렇게 게을러진 것이냐
한때는 누군가의 앞에서
이정표가 될 것처럼 의기양양하지 않았더냐
등아, 난 널 한 번도 정면으로 마주한 적이 없지만
네가 얼마나 우직한 녀석인지 잘 안다
그러니 등아, 이제 다시 기립하자
지면과 평행이 아닌 수직을 이루자
예전처럼 나아가기 위해 밀어달라 하지 않겠다
다만 내가 너의 등이 되지 않도록 잡아주었으면 한다
중력에 의해 고꾸라지고 있는 나를
[정일원의 MP3] 영화(Movie)를 시로, 시(Poetry)를 삶으로, 삶(3·Life)을 영화로 깨작이는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