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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원 Jul 27. 2019

호우만 있고, 호날두는 없었다


▲ 경기장을 누비는 '우리형'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모습은 끝내 볼 수 없었다. / 사진: KBS

집중호우를 뚫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축구팬들은 끝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피치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평소 호날두를 동경해온 세징야의 멋진 ‘호우 세리머니’도 호날두의 결장으로 빛이 바랬다.


26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서 펼쳐진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전은 3-3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당초 오후 8시 킥오프 예정이었지만 유벤투스 선수단의 경기장 도착이 늦어지면서 약 1시간가량 지연됐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유벤투스는 금일 오후 3시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오후 1시 도착 예정이었으나 태풍으로 인해 비행기가 연착되면서 일정이 꼬였다. 경기 전 예정되어있었던 호날두의 팬사인회도 컨디션 조절을 명분으로 취소됐다. 호날두 대신 부폰, 데 리흐트 등이 나와서 팬사인회를 진행했지만, 호날두를 만나기 위해 발품을 판 팬들은 허망함을 감출 수 없었다.

유벤투스 선수단은 킥오프 시간 1시간 30분 전인 오후 6시 30분에 호텔을 떠났다. 퇴근길 교통체증과 기상악화로 도착시간이 지연됐고, 결국 유벤투스 선수단은 킥오프 시간이 지나서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나타났다. ‘당일치기’ 무리한 일정이 빚어낸 ‘촌극’이었다. 부랴부랴 몸을 푼 유벤투스 선수단은 호날두를 벤치에 앉힌 채 경기를 시작했다.

▲ 3-3 무승부로 막을 내린 팀 K리그 vs 유벤투스 친선전 / 사진: K리그 공식 소셜미디어 갈무리

경기는 초반부터 화끈했다. 전반 7분 오스마르가 환상적인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에 유벤투스도 1분 만에 무라토레의 동점골로 응수했다. 팀 K리그가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선전을 펼치면서 전반 막판 세징야의 추가골까지 만들어냈다. 득점에 성공한 세징야는 호날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이른바 ‘호우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팬들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문제는 후반전이었다. 친선전을 추진한 ‘더 페스타’ 측은 경기를 홍보하면서 호날두가 최소 45분을 소화할 것이라는 계약조건을 내세웠다. 계약대로라면 호날두는 적어도 후반전 초반 피치를 밟아야 했지만 벤치에서 미동도 없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호날두의 얼굴이 전광판에 나타나자 환호가 아닌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중석에서는 ‘호날두’를 외치는 팬들의 함성이 커져만 갔다.

유벤투스는 끝내 한국 축구팬들을 외면했다. ‘경기를 위해’ 팬사인회를 불참한 호날두는 멋쩍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사리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호날두의 (근육)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며 결장 이유를 전했다. 12년 만에 한국을 찾은 호날두는 한국 축구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아닌, 상처를 안기고 떠났다.


2019년 7월 27일자 베프리포트 해외축구 기사 갈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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