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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원 May 11. 2020

지우개

어디 지운다고 지워지겠습니까

사진: pixabay

지우개

​색이 진했던 탓일까요
지울수록 너저분히 번지는
청춘의 흔적입니다


꾹 눌러 쓴 탓일까요
지울수록 투명히 각인되는
청춘의 집요함입니다

​지우겠다고 지운 것인데 말이지요
한 움큼 쌓인 시커먼 가루는
또 선뜻 버릴 수가 없습니다

​어째서 그것을 정성스레
뭉치고 밀고 있노라면 어느덧
또 하나의 직사각형이 완성될 것이고

그것을 기어코 진정한 지우개라
나는 또다시 명명할 것이지만
글쎄요,

어디 지운다고 지워지겠습니까
청춘의 우리란 것은
지울수록 선명해질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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