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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원 Feb 03. 2020

노을길

사진: pixabay

노을길

​작열하는 노을
등에 지고 오는 이의
발걸음이 여느 때보다 무겁다

붉은 그림자는
움푹 파인 발자국으로 이 세상
그의 유일한 자취를 남긴다

보폭이 점점 아장아장 걷는 듯하여
매사 좀 더 서두르자고
스스로 다독인다

가장
왕성한 때에 사랑을 하고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약속을 한 대가라며

꼬박 30년을 오고, 가셨으니
길 위로 이마를 맞댄 중력(重力)의
부산물들이 서로 정교한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그는 다시 뚜벅뚜벅 내딛는다
그의 사랑과 그 사랑이 빚어낸
또 다른 사람을 등에 진 채로

그이는
오늘도 무던히, 무덤덤히
노을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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