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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원 Jan 15. 2017

테임즈 ‘강’이 된 남자, NC 다이노스 강마루솔

▲ 사진: 파이어리츠 브레이크다운 갈무리

“템스 강(River Thames)은 어떻습니까?” 지난해 11월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소식을 전하는 ‘파이어리츠 브레이크다운’의 한 기사 제목이다.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영입해 재미를 봤으니, 한국서 재기에 성공한 에릭 테임즈(Eric Allyn Thames)를 겨울 스토브리그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위트였다.(테임즈는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했다.)


기사를 보고 떠오른 얼굴이 테임즈 말고 한 명 더 있었다. NC 다이노스에서 외국인 선수 통역을 맡고 있는 강마루솔(28)씨가 그 주인공. 지난해 10월 테임즈의 음주운전 사과 기자회견에서 통역을 맡은 강마루솔 운영팀 사원은 2달 후 테임즈의 골든글러브를 대리 수상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테임즈 ‘강(Kang)’이 된 것. 지난 시즌 테임즈의 귀와 입이 되어준 강마루솔 사원을 만났다.            

▲ 외국인 선수들과 함께 훈련에 임하는 강마루솔 사원 / 사진: 본인 제공, ⓒNC다이노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NC 다이노스 운영팀에서 국제업무, 외국인 선수 통역을 맡고 있는 강마루솔이다. 공고가 떠서 지원했고, 감사하게도 기회를 얻어 통역 일을 시작하게 됐다.

Q. 경기장 안팎에서의 통역 업무를 소개해 달라

시즌 중에는 특별한 공지사항이나 훈련 일정을 체크하고, 외국인 선수에게 전달한다. 훈련 중에는 외국인 선수 옆에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간의 소통을 돕는다. 지시사항 전달, 부상 발생 시 필요한 의사소통을 위해 경기 중에는 항상 덕아웃에 머무른다. 시즌이 끝나면 이듬해 전지훈련을 준비한다.

Q. 통역할 때 최대한 빠짐없이 전달하려고 노력하나, 아니면 맥락과 효율성을 중시하나

전자와 후자의 모습을 두루 갖춘 통역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초창기에는 외국인 선수의 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는 욕심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중간에 내용도 까먹고 애를 먹었다. 요즘엔 적절히 섞으려고 노력 중이다.

Q. 마운드에 오르면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의 입장도 전달해야 한다. 감독의 말을 전할 때와 선수의 말을 전할 때 다른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감독님의 말을 전할 때는 더 집중하게 된다. 통역에 오류가 있어 지시사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경기의 승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Q. 통역을 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나

팀이 승리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팀이 이긴 날에는 퇴근길 발걸음이 가볍다. 외국인 선수가 활약해서 승리하면 기쁨이 두 배가 되는 것 같다.(웃음)

Q. 알아보는 팬들도 있을 것 같다. 팬들과 얽힌 에피소드가 있으면 말해 달라

야구장 주변에서는 유니폼을 입고 있기 때문에 가끔씩 알아보시는 팬들이 있다. 예전에 어느 팬이 내가 선수인 줄 알고 계속해서 사인을 요청하시더라. 선수가 아니라고 했더니 계속해서 “에이 선수 맞잖아요. 사인 좀 해주세요”라고 하셨다. 처음으로 팬에게 사인을 해드렸다.(웃음) 야구장 밖에서는 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다.            

▲ 테임즈의 사과 기자회견 통역을 맡은 강마루솔(위) 사원은 2달 후 테임즈의 골든글러브까지 대리 수상했다. / 사진: MBC, SPOTV 중계화면 갈무리

Q.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테임즈 선수의 사과 기자회견 통역을 맡게 됐는데


당시 테임즈 선수가 본인의 잘못에 대해 팬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싶어 했다. 구단 차원에서 테임즈 선수를 돕기 위해 방법을 모색했다.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후에 기자회견 자리가 마련됐다. 중요하고 엄숙한 자리였다. 통역을 더 잘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Q. 테임즈 선수를 대신해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테임즈 선수 덕에 정말 특별한 경험들을 한 것 같다. 내가 그런 자리에 설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고작 몇 마디 말을 전하는데도 굉장히 떨렸다.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는 아들이 공중파 생방송에 나왔다고 부모님께서 특히 좋아하셨다.(웃음)

Q. 대리 수상 후 테임즈 선수와 연락했나? 골든글러브는 테임즈 선수에게 전달됐는지

대리 수상 후 테임즈 선수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골든글러브도 바로 사진 찍어서 보내줬다. 골든글러브는 아직 구단이 보관 중이다.            

▲ NC다이노스 강마루솔 사원(좌)과 에릭 테임즈 / 사진: 본인 제공, ⓒNC다이노스

Q. 테임즈 선수와의 추억이 많을 것 같다


테임즈 선수와 올스타전 전야제 때 고척돔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팬들을 만났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경기 전에 테임즈 선수가 갑자기 심심하다며 라커룸을 나섰는데, 따라가 보니 관중석이었다. 관중석으로 가서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손수 사인을 해주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날 테임즈 선수를 따라다니면서 많이 웃었던 것 같다.

Q. 테임즈 외에 친한 외국인 선수가 있는지

외국인 선수들을 많이 알지는 못한다. 테임즈 선수 외에 해커, 스튜어트 선수와 친하다. 넥센의 밴 헤켄 선수는 미국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3년간 살았던 홀랜드 출신이어서 대화를 한 적이 있다. 밴 헤켄 선수도 오랜만에 고향 얘기를 나눠서 그런지 무척 반갑게 대해줬다.

Q. 구단 통역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줄 만한 조언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 줄만한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짧게나마 경험한 것은 정말 야구를 좋아하지 않으면 이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주말에도 항상 경기가 있기 때문에 시즌 중에는 제대로 쉴 수가 없다. 그렇지만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함께 현장을 누빌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매력이다. 야구를 향한 열정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 한국시리즈 당시 덕아웃에서 만난 강마루솔 사원 / 사진: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윤동해 제공

Q. 야구 업계 종사자로서 목표가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KBO 리그가 되는 데 일조하는 것이 목표다. 과거를 돌아봤을 때,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한 구성원이었다는 것에 스스로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Q. 끝으로 다음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말해 달라

NC 다이노스의 구성원 모두가 열심히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고생하는 만큼 후회 없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


2017년 1월 14일자 베프리포트 인터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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