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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한장 Jul 07. 2022

장마철

  저는 여름 장마철이나, 태풍이 몰려올 시기가 되면 들뜨곤 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좋아하는 하늘이 나타나기 때문이에요.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은 귀찮고, 무서운 일이지만 저는 그래도 이런 날씨를 좋아해요.

  땅에 닿을 듯이 낮게 깔린 짙은 회색빛 구름이 하늘에 가득해지면 저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보통 그 반대여야 할 텐데 어째서일까요. 아무래도 구름 너머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폭풍의 예감이 제 가슴속을 뒤흔들고 있나 봅니다.

  이런 날씨가 되면 보통 바람도 거세게 부는데, 겨울에 부는 바람과는 다르게 어딘지 포근하기도 하고, 무더운 여름 공기를 시원하게 밀어내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일은 아무리 시간을 보내도 질리지 않아요.

  바람은 저를 포함한 온 세상을 휘감고 지나갑니다. 구름도 예외는 아니어서, 빠른 바람에 떠밀러 물 흐르듯 흘러갑니다. 마치 거대한 구름의 바다가 머리 위에 펼쳐진 것 같아요. 이런 신기한 풍경, 마치 머나먼 은하의 이름 모를 행성에 펼쳐질 법한 굉장한 장면이 또 어디 있을까요.

  올해도 슬슬 그런 시즌이 되었습니다. 이미 한창 겪고 있는 지역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비 냄새가 나는 바람이 강해질수록 제 마음도 점점 들떠갑니다. 쏟아지는 비는 조금 걱정이지만, 무더운 여름이니 오히려 좋을지도 모릅니다. 그냥 내리면 내리는대로 비를 맞아보죠 뭐. 여름 감기는 바보만 걸린다고 하는데, 저는 올해도 피해 가지 못할 것 같으니 바보가 맞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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