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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한장 Aug 30. 2022

어린 까치

2022. 06. 09.  


  오늘 아침에 어린 까치 두 마리를 보았다.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공기가 흙 냄새를 머금고 있었다. 나는 역에서 빠져나와 회사를 향해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던 참이었다.

  좁은 인도 양 옆에 있는 화단에서 작은 까치가 한 마리씩 불쑥 삐져나왔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발에 치이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내 마음과는 다르게 그녀석들은 태평한 모양새였다. 마치 어린아이가 신기한 장난감을 구경하는듯한 눈초리로, 그 까치들은 이른 아침 바삐 발을 옮기는 인간들의 무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릴 적 줄지어 지나가는 개미를 보며 '얘네는 정말 부지런하구나!' 하며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다. 까치들도 우리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나는 지금, 개미처럼 부지런하게 일하고 있는 것일까.

  머리 위로 떨어지는 부슬비가 어쩐지 따듯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조금 천천히 걸어가도 되지 않을까. 세상 태평한 까치들을 보고 있자니 나 역시 약간의 게으름을 누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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