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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한장 Apr 14. 2022

틀릴 수도 있지만 일단 해보자

  평소처럼 인터넷 세상을 여행하던 중, 재즈에 관한 영상이 눈에 띄었다. 유명한 대가가 나와서 연주와 재즈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영상이었다. 나는 배리 해리스의 멋진 피아노 레슨을 몇 개 보고, 재즈 레슨을 몇 차례 들은 후, 빅터 우튼의 영상도 보았다. 처음에는 그들의 연주를 그저 감상할 뿐이었지만, 재즈 연주에 대해 깊이 있기 짚어내는 조언을 들어보니 인상 깊은 내용이 많았다.

  예를 들어, 배리 해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관객들에게 이 생각 없는 소리를 들려줘야 해. 그건 충격적이거든."

  "관객들은 틀린 것에 반응해."

  "뭔가 틀린 걸 관객들에게 던져주고 그걸 올바르게 만들어내면 되는 거지."

  틀린 음, 어울리지 않는 음마저 신경 쓰지 말고 활용해서 관객들에게 신선한 반응을 이끌어낸다는 말이었다. 비슷한 내용이 빅터 우튼의 레슨에서도 등장한다. 

  "잘못된 음을 쳐도 두려워하지 마.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넘어가. 그럼 방금 쳤던 잘못된 음도 더 이상 실수가 아니게 되는 거야."

  그의 말처럼 그가 연주하는 어긋난 음은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올바른 음만 쳤을 때보다 더 쿨하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어릴 적 피아노를 배울 때 간혹 느끼곤 했던 의문이 있었다. 바로 잘 나가던 곡의 중간중간에 이상한 음이 하나씩 끼어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눌러봐도 화음이 이상하고 연주가 이상해지는 것 같은 음이었다. 나는 그걸 악보가 잘못 나온 것이라거나 혹은 작곡가의 실수라고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게 어린 내가 생각하기에 그 음은 연주에 전혀 필요 없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아노 선생님은 바로 그 음 때문에 곡의 맛이 살아나는 거라고 내게 말하곤 하셨다.

  이제는 그 음이 필요 없는 음이 아니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올바른 음들만 모인다고 해서 좋은 음악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틀린 음이나 화음에서 벗어난 음이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음색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어찌 보면 실수라 할 수 있는 것들이 결과물을 얼마나 더 다채롭고 멋지게 만들어주는가에 대한 깨달음은 크면서 배운 다양한 지식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것이었다.



  틀린 것에 대한 대가들의 말은 재즈나 음악 이외의 다른 것에도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으리라. 글을 쓰려고 앉아 있으면 어느샌가 완벽한 문장, 완벽한 글감을 찾아 쓰려고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머릿속에선 다채로운 생각들이 떠다니지만 스스로 그런 생각들을 쳐내곤 한다.

  "그건 좀 이상한 생각이야."

  "그건 글감이라 할 수 없어."

  "그건 정확하지 않잖아."

  그러다 보면 내가 쓸 수 있는 글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눈앞에 있는 텅 빈 백지를 채우기가 두렵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틀릴 수도 있고 이상할 수도 있어. 그래도 일단 해보자.'

  그럴 때는 이런 생각이 가장 도움이 된다. 일단 써본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대로, 온갖 자기비판과 검열을 일단 잠재운 채 꺼내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렇게 해서 쏟아낸 생각들에는 정말 다양한 것들이 섞여 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도저히 사람이 읽을 만한 것이 아닌 그런 '틀린' 글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중 몇 가지는 신선한 시각이라 볼 수 있는 것도 있고, 잘 다듬는다면 좋은 글로 발전할 수 있는 소재도 있다.

  실수와 오류는 끔찍하고 악몽 같은 경우가 많다. 스스로 쓴 글을 혐오하게 될 정도로. 그러나 처음부터 그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의지와 조금의 노력이 있다면 그런 실수도 잘 살려 좋은 글로 만들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글은 처음부터 완벽한 것만 떠올리려 했을 때보다 조금은 다른 창조적인 색채를 띄고 있을 수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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