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전라북도의 한 초등학교로, 이어서 경상북도의 한 초등학교와 중학교로 이어진 고정욱 작가와의 1박 2일 강연 여행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경험이었다. 아동청소년 문학계의 거장인 고정욱 작가와 동행할 기회라 내심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된 여정은 쉽지 않았다. 운전을 맡은 나는 저녁식사 후 숙소에 돌아와서야 지친 몸을 뉘일 수 있었다. 결국 코피까지 쏟을 정도로 힘든 하루였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책도 많이 쓰고, 인세와 강연 수입으로 이미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그가 왜 이렇게 전국을 돌며, 1년에 300회가 넘는 강연을 이어갈까? 비장애인인 나도 힘겨운 이 일정을, 1급 지체장애를 가진 고 작가는 어떻게 소화하고 있을까?
중국 칭다오의 한인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강연장이 시끌벅적해지자, 고 작가는 조용히 자신의 다리를 들어올렸다가 힘없이 내려놓았다.
한순간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해졌다. 아이들은 그를 주목했고, 고 작가는 그때부터 열정적인 강연을 이어갔다. 40분 동안 강당은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고, 강연이 끝난 뒤에는 아이들이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 앞다투어 몰려들었다.
강연을 마친 후 고 작가가 내게 말했다.
고정욱 작가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꾼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치고, 그들이 더 큰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의 강연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은 새로운 용기와 꿈을 품고 돌아간다. ALMA 후보로 오른 고정욱 작가의 이름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