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그 결과

by 구가영

너무 힘들었던 어느 날이었다. 주야 교대 하루 12시간 근무, 반복되는 공장 생활, 아는 사람 없는 낯선 기숙사. 몸도 마음도 바닥을 치고 있을 때, 나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주차장을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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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하늘을 주었던 공장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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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른 하늘 아래에 있겠다고 다짐했다.



운동을 위해 걷는 게 아니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걸었다. 그때 이어폰엔 힙합 노래가 반복되고 있었다. 특별히 세련된 음악은 아니었지만 내 감정과 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 그 가사들이 나 대신 나를 붙잡아주는 느낌이었다.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고립감, 두려움, 그리고 갑갑함. 그 모든 감정을 말 대신 음악과 함께 하늘을 보며, 땅을 밟으며, 조용히 견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나는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의 ‘처음’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지금은 유명하고 멋진 그들도

처음엔 보잘것없는 방 한 칸에서, 무시당하고, 외롭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시절이 있었더라. 그걸 생각하며 현실의 나를 견딜 수 있었다.


“아, 나도 언젠가 그렇게 말할 날이 오겠지.”
“그때 이 시절이 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고.”


그 생각 하나로 하루를 또 버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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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했던 노래 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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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이유는, 다시는 예전처럼 후회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게으름, 회피, 미루는 습관. 그게 나를 어떻게 망가뜨렸는지를. 나를 찢어버리고 싶었던 그 자괴감. 아무것도 이룬 것 없던 현실. 나 스스로 만든 경제적인 무너짐. 그 모든 게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공장에서, 주차장을 돌며, 이어폰 속 힙합 가사에 나를 씻기듯 달래며, 그냥 버티고 또 버텼다.



방법은 몰랐다. 완벽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당장 떠오른 아이디어라도 일단 실행하는 것, 그게 내가 가진 유일한 방법이었다. 쌓이면 결국 길이 열린다는 막연한 믿음 하나. 그 믿음으로, 나는 행동했다.



그리고 나를 붙잡아준 또 하나, 공장에서의 유일한 친구는 ‘책’이었는데, 책의 저자들은 말했다.


“일단 해. 하면서 방법을 찾아.”


이미 이룬 사람들도 처음에는 그랬다고, 그들도 처음에는 불안하고 막막했다고. 그 문장들이 나를 살렸다. 그 말들이 또 하루를 견디게 했다.



그리고 지금, 그 버티고 움직였던 시간들이 조금씩, 아주 분명한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6천만 원이던 빚은 이제 600만 원만 남았다. 공장에서 시작했던 콘텐츠는 이제 나에게 수익을 만들어주는 도구가 되었고,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게 되었고, 5번의 도전 끝에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콘텐츠 코칭을 진행하며 행동 코칭 프로그램까지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더는 다른 플랫폼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생산자’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열어가고 있다.



포기했더라면, 더 불어났을 빚 대신, 또 여전히 원치 않는 직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버텼을 하루 대신, 지금 나는 내가 만든 길 위에서 내일 아침이 기대되는 저녁을 살고 있다.



포기하지 않은 끝에, 나는 이루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