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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다 Apr 12. 2023

나는 왜 공동묘지를 달렸을까

자신감 프로젝트



밤 12시 나는 공동묘지를 혼자 달리곤 했다.


이유는 두 가지

1. 살을 빼려고

2. 자신감을 키우려고


때는 바야흐로 20세 운 달인 1월,

문득 살을 빼기 위해 뛰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냥은 말고

공동묘지를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미친 생각인 것 분명지만

공동묘지 달리기 계획이 수립됐다.


나는 태생이 쫄보라 귀신을 너무 무서워했다.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도 못 볼 정도였으니..

토요미스터리 극장, 링을 조금이라도 본 날엔

일주일 내내 악몽을 꾸고 잠에 들지 못했다.

그만큼 내겐 공동묘지를 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뛰어야겠다고 생각이 든 날 밤 12시,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집에서 망우산 공동묘지로 출발했다.

올라가는 길은 차량이 올라갈 수 있는 길과,

소 운동기구들이 즐비한 곳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두 곳이 있다.

자신감을 키우고 싶었으니 당연하게도

좌 우측에 공동묘지가 있는 등산로로

홀로 올라갔다.

이른 봄의 추위가 나의 몸에 공포를 더했고,

나는 노랫소리를 키우며 애써 용감한 척

시선을 바닥에 고정시켰다.

(말 무서웠었던 기억이다..)


등산하면서 보이는 묘지에

등골이 서늘해질 때즈음

약 10~15분 만에 아스팔트 등산로에 도착하고

이때부턴 도로를 따라 달렸다.

3km쯤 달리고 다시 돌아오는 길

해냈다.
극복했다.

이 기분에 사로잡혀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했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극복해낸다는 것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자아낸다.

마치 오늘 해야 할 To do list를

모두 해낸 느낌?

그 이상의 기분


이렇게 단순하지만 나는 무언가 시도했고

이뤘다는 사실에 중독됐다.

하루를 빠짐없이 2개월여 동안

반복하다 보니

15kg을 감량했다.

(거의 단식 수준의 식이요법도 병행)

20세의 봄이었으니

졸업식을 위해 고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친구들이 못 알아볼 정도였다.

나는 친구들의 반응을 보며

스스로 대견스러웠다.



신체적인 욕구에 맞서

식이를 제한하여 살 빼는 것

심리적 공포를 이겨 내는 것

이 두 가지는 배웠다.

이를 통해 고소공포증도 극복하고

인생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


정신이 맑고 곧으면

해서 안 되는 건 없다.

문제는 내 마음


휴직을 하는 동안

갈고닦을 내 마음에게

이 경험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자

글을 남긴다.


공동묘지에서 뛰다 보면 생각보다

야간 산행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혼자 다니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어느 날은 이런 일도 있었다.


달빛을 벗 삼아 공동묘지 아스팔트 도로를 뛰던 중

갑자기 아래 소로에서 헤드 랜턴을 낀

아저씨가 튀어나오셨다.

내 바로 1m 거리에서 튀어나왔으니

나는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소리를 질렀고, 덩달아 아저씨도 같이

소리를 질렀다.

서로 인간임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서로 웃으며 야밤에 랜턴도 없이 다닌다며

담소를 나눈 기억이 있다.

아찔하지만 강렬한 추억

무서운 곳에서도

재미있는 일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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