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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다 Sep 24. 2023

무단 횡단과 정직

 오늘 필라테스를 하러 가다가 신호등 앞에서 섰다. 신호등은 빨간색이었고 나는 멈춘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지나쳐 가더니 자연스럽게 길을 건넜다. 빨간색인데도 건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곤 이렇게 생각했다. "어휴, 우리나라가 중국과 다를게 뭐람?"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급한 일이 있거나 귀찮을 땐 나도 무단횡단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럼 나도 무단 횡단 하는 사람들 같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직한 사람이라는 인지적 요소와 법을 어기는 인지적 요소가 충돌하고 있었다. 

무단 횡단에 대해 내 결론을 내보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무단 횡단은 도로교통법 제10조(도로의 횡단)에 나와있듯 보행자는 횡단보도, 지하도, 육교나 그 밖의 도로 횡단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 횡단해야 한다. 일단 무단횡단자는 법을 어기는 사람들인 것이다. 나도 무단횡단을 인생을 살면서, 여러 차례 했으니 법을 어긴 범법자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대로 받아들이기엔 난 평상시 너무 법을 잘 지키며 살아간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중간 타협점을 만들어보기로 했다.(자기 합리화 맞음)


첫째, 무단횡단을 할 때 타인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피해를 주는 유무에 의해 판단하겠다. 나도 차량을 운행하지만 차가 쌩쌩 달리고 있는 와중에 무단횡단 하는 사람들을 보면, 욕이 절로 나온다. 따라서, 차량을 방해하는 어떠한 행위에 대한 무단횡단은 내가 했던, 남이 했던 욕먹어도 싸다. 둘째, 위중한 급한 일이거나 응급 상황일 땐 제외하여 판단하겠다. 급한 일에 장사 없다. 다만 첫 번째 내용에 어긋나지 않게끔. 이 두 가지 정도가 나 스스로 타협한 결론이다. 무단 횡단을 해도, 꼭 차량의 통행이나 운전자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몰 상식한 자들과 동등하게 판단되기 싫어서이며, 또한 사람이 살다 보면 급똥 같은 급한일로 어길 수는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과거에 무단횡단 한 것에 대한 합리화인 것 안다. 뭐, 혹자는 이 글을 읽고 "너도 똑같아"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잘 안다. 겨 묻은 개와 똥 묻은 개를 나누려 하는 것. 그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다만, 앞으로 일어날 무단횡단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필요했다. 타인을 욕하기보다, 내가 스스로 판단기준을 만들어 행동하고 싶어서다. 그래야 나에게 떳떳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는 이 판단 기준으로 결론지어 살아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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